전우치·헬로우 고스트 등

꾸준한 2등으로 흥행성공


1위 물량공세 약발은 잠시

입소문 파급속도 못따라가



짧고 굵은 1등보다 오래 가는 2등이 낫다.

화제작이 경쟁하는 여름과 겨울 성수기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넘버2의 경제학’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관람 열기가 달아오른 최근 2주간 국내 극장가 박스오피스는 흥미로운 양상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29일 개봉한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가 1위에 오르고, 한 주 앞서 개봉한 ‘황해’는 첫 주 1위에서 3위로 추락한 반면 2위 ‘헬로우 고스트’는 2주 연속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같이 ‘반짝 1등’보다는 ‘만년 2등’이 흥행에서 알찬 결과를 얻는 현상은 입소문의 영향력이 강해진 최근 성수기 극장가에서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개봉 첫 주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이 영화사의 홍보와 마케팅 등 물량 공세라면 2주차부터는 먼저 관람한 이에 의한 온ㆍ오프라인의 ‘입소문’이다. 

헬로우 고스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소문이라면 주로 대면 접촉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로, 시동도 늦게 걸리고 파급 속도도 느렸다. 반면 최근에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 온라인이 가세해 입소문의 효과는 개봉 초반부터 빠르고 거세게,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넘버2’의 흥행계보는 지난 4년 전 ‘화려한 휴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화려한 휴가’는 ‘디 워’와 맞붙어 내내 2위를 유지하다 한 달 만에 1위로 역전한 드문 전례를 남겼다.

2009년에는 ‘해운대’의 뒤통수만 보고 쫓아갔던 ‘국가대표’가 주인공이었다. ‘국가대표’는 앞서 개봉한 ‘해운대’에 밀려 내내 2위를 유지하고도 날이 거듭될수록 관객이 늘어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아바타’의 꼬리만 잡았던 ‘전우치’가 ‘넘버2’의 위력을 단단히 보여줬다. 주연배우 강동원이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라고 염원했던 1위 고지를 밟아보지 못하고도 600만명을 돌파했다. 몇 주 동안 1위를 해도 동원하기 힘든 관객 수다.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열기와 ‘헬로우 고스트’의 2위 전략으로 관전 재미를 더하고 있는 새해 극장가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