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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병과 동고동락하는 별들의 행진을
새해 벽두부터 군 개혁 바람이 세차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국방개혁 의지를 거듭 천명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연초 각 부대에 하달된 지휘서신을 통해 모든 장병의 국방개혁 적극 동참을 당부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겪으면서 우리 군은 흐트러진 기강과 관료화된 느슨한 조직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들은 충격적인 실망감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군 개혁은 미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이 지휘서신에서 “전투복은 이등병에서 장군까지 전투에 가장 적합한 복장을 착용하라”는 지시는 상징성이 크다. 우선 국방부 장관이 장군들 복장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지적당한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오죽하면 장관이 장군들 복장불량까지 지적했겠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영관급 이상 고급 장교들은 활동성은 떨어지나 몸에 꼭 맞는 이른바 ‘사제 군복’을 즐겨 맞춰 입었다. 관례라고는 하지만 최고 책임자급 간부들이 사제 군복으로 멋 내기에 신경을 쓰는 부대의 기강과 정신력은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그런 비뚤어진 군 문화는 차제에 반드시 척결해야 할 개혁 1호다.

뿐만이 아니다. 장군들의 집무실과 차량에 부착하는 별판(星版)과 지퍼가 달려 신고 벗기 편한 일명 ‘장군 전투화’ 사용도 중단하기로 했다. 장군 권위의 상징처럼 인식돼온 권총을 매단 ‘검정 가죽 허리띠’도 일반 병사들이 쓰는 천으로 된 얼룩 탄띠로 교체토록 했다.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불필요한 권위의식과 격식을 버려야 한다”는 김 장관의 지적은 현 시점에서 적절하다. ‘장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필요하다’는 부정적 시각보다 사병과 동고동락한다는 내면의 강인한 장군 정신을 대접해야 할 것이다. 김 장관의 ‘군 정신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정부는 군 지휘구조 개편과 3군 합동성 강화 등 73개 과제를 선정하고 점검팀을 따로 두는 등 국방개혁에 부산하다. 그러나 핵심은 정신 재무장이다. 이등병에서 장군까지 모든 장병의 ‘군인정신’이 충만하다면 개혁의 9할은 이미 끝난 셈이다. 장군이 전투화를 갈아 신고, 별판을 치운다고 군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정신 상태가 군 개혁의 기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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