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영 VS 택연, 180도 다른 니요(Ne-yo)의 해석
우영과 택연이 서로 다른 스타일로 니요(Ne-yo)를 만났다. 우영에게서는 세련된 그루브가, 택연에게서는 투박하지만 파워풀함이 느껴졌다.

KBS2 ‘드림하이(극본 박혜련, 연출 이응복 김성윤)’는 가수양성학교에서의 이야기다. 아이돌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드라마이다 보니 내로라하는 가요계 별들의 조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분명한 또 하나의 볼거리가 존재한다.

바로 노래와 춤이다. 국내 최고라 자부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한 데 모여있으니 볼거리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이제 그들의 주무기인 춤과 노래가 ’기린예고’로 입학해 가수로 키워지는 날까지 끊임없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소소한 재미다. 가요계의 대세로 떠오른 아이유가 초밥탈을 쓰고 반주는 최대한 절제된 ‘썸데이(Someday)’를 부를 때, 그의 목소리를 타고 또 다른 그림이 만들어질 때, 시청자들의 눈은 순간 반짝거렸다.

아이유의 ‘썸데이’ 열창과 마찬가지로 4일 방송분에서는 라이벌 대결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제이슨 역의 우영과 진국 역의 택연이 같은 곡으로 다른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사진=홀림]

두 사람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니요(Ne-yo)의 ‘원 인 어 밀리언(One in a million)’에 맞춰 춤을 췄다. 우영은 무대에서도 일상에서도 항상 모자를 쓰고 있어 “심지어 샤워할 때마저 모자를 쓰고 싶다”는 니요의 상징과도 같은 중절모도 썼다. 게다가 화이트와 블랙의 의상을 매치했다. 니요 따라잡기에 가깝다.

기린예고 오디션에 들어가기 전, 우영의 춤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실제 니요의 안무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우영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부드럽게 흐르는 우영의 발동작은 2PM으로 찌여진 안무만 춰오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노래는 우영의 이어폰 안에서 흘러나왔다. 때문에 공허한 건물들 사이로 간간히 울리는 발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체인이 부딪치는 차가운 금속의 소리가 니요의 노래에 섞여 또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는 다시 택연으로 이어진다. 우영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소년이다. 기린예고 이사장이 발탁한 특채생으로 입학해, 후에 해외파 제이슨과 라이벌이 될 국내파 댄스 신동 진국이 춤을 향한 재기의 기지개를 펴는 순간이었다.

‘원 인 어 밀리언’이 다시 흘렀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다. 이제 꿈을 향해 한 번 더 발을 내딛게 되는 어린 소년의 '하나의' 계기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택연의 춤은 우영의 것보다 더 절도 있고 박력있었다. 그간 모아둔 모든 힘을 폭파시키듯 절도있는 동작이 이어졌다.

두 사람이 춤을 소화하는 스타일은 눈에 띄게 달랐다. 이러한 스타일의 차이는 이후 두 사람이 번번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이로 인해 경쟁하게 되는 모습의 시작이기에 도리어 더 큰 기대감을 주고 있다. ‘니요’로 시작된 이들의 댄스 배틀은 드라마상 배틀의 형식은 아니었으나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비교 가능한 배틀과 같았다. 실제 2PM이라는 한 팀에서 같은 춤을 소화하던 이들이 이토록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제 눈여겨 보자. 곳곳에 숨겨진 더 큰 재미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수풍뎅이’ 태몽을 천연기념물이라고 좋아했던 백희(함은정)가 오디션장에서 나간 뒤 “ 천연기념물은 장수하늘소고, 장수풍뎅이 그냥 벌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상황적 아이러니의 대사처럼 말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