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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 중년 무리짓기 붐 왜?
요즘 예능을 보면 중년들이 무리지어 출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능 중년그룹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MBC ‘놀러와’의 세시봉친구편의 성공이후 생긴 현상이다. 단순히 복고와 추억 상품의 성격이 아니다.

중년 한 사람을 출연시키면 재미가 없을법하지만 같은 기간, 유사한 분야에서 오랜 시절을 함께 보낸 연예인들을 묶어 출연시키면 토크가 활기를 띤다. 젊은 스타나 아이돌 가수들을 출연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5일 출연했던 ‘라디오스타’의 심형래 김학래 엄용수나 6일 첫선을 보인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30년 절친인 노주현과 이영하는 서로 중년그룹으로 묶어놓으면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배틀 구도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가령, 1989년 당시 노주현이 찍었던 속옷광고를 본 이영하가 “형님은 팬티 광고까지 찍었슈”라고 약올리자 노주현은 “너는 뽑히지도 못했잖아”라고 한 뒤 “본인은 팬티만 입고 여배우랑 영화 잘 찍더라”라고 응수한다. 30년 절친만이 가능한 개그다.

‘라디오스타’는 심형래가 ‘라스트 갓파더’ 홍보 차원차 출연했지만 김학래와 엄용수와 그룹을 형성하니 재미있는 일화가 쏟아져나왔다. 엄용수가 “‘티라노의 발톱’은 모든 개그맨들이 출연해 탈을 뒤집어쓰고 만들어낸 영화”라고 말하자 심형래가 “유일하게 출연하지 않은 개그맨이 엄용수”라며 “한편 찍고나면 워낙 말이 많아서 안썼다. 말을 많이 해서 맞는 틀니도 없었다. 맞춰서 끼워주면 얼마 안가서 부서졌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50대 아저씨 셋이 영화 ‘우뢰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영화 ‘홍콩 할매귀신’에서 할매귀신을 맡았던 엄용수가 심형래에게 불만을 털어놓고, 심형래는 이를 맞받아치는 토크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예능에서 중년그룹들은 티격태격해도 친해서 그렇다는 것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 또 이들의 활동 사실을 본 적이 없는 젊은 시청자들은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된다.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다음주 예고편에서 금보라-유지인-이계인팀이 출연한다고 알려주었다. 유지인과 배드신을 찍은 이계인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 인증샷이 올라와 궁금증을 더했다. 오는 23일에는 ‘놀러와’에서 ‘세시봉2’도 녹화한다. 청문회 형식을 도입한 ‘밤이면 밤마다’도 1회 손님은 조영남과 이경실이었다.

토크쇼가 중년그룹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무리를 짓는데 그치지 않고 사전 기획이 철저해야 한다. 이른바 지난해 위기를 맞았던 ‘놀러와’를 다시 살아나게 한 ‘기획섭외’다.

중년들이 단순히 걸쭉한 농담을 털어놓게 하는 게 아니라 무게와 체면을 벗고,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자신의 삶을 진솔하면서도 덜 진지하게 풀어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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