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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지리산에 행복학교가 생긴다?
1% 상류층보다 행복한 곳

공지영 작가도 정착 희망

지자체 작가마을 유치 열풍

인위적 조성은 지양해야


소설가 공지영의 에세이를 보고 ‘지리산 행복학교’가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김승옥의 불후의 명작 ‘무진기행’의 무진이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리산 행복학교는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다. 작가의 친구 몇몇이 자발적 가난을 택해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잇대어 살며 넉넉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작가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깨달아가고 있다는 의미겠다. 그래도 굳이 지역을 지목하자면 지리산 행복학교는 하동군에 속한다. 연봉 1000만원이 안 되는 이들의 생활이지만 작가는 “대한민국의 1%의 상류층보다 이들의 사는 모습이 막 질투난다”고 말한다.

그런 공 씨가 그곳에 내려가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말인즉슨 이외수의 감성마을처럼 작가마을을 마련해주면 내려와 살 테니, 그러면 날 보러오는 독자들이나 각종 문학행사를 통해 지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거였다.

그 얘길 들은 담당공무원이 “공지영이 누구냐?”고 했다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제가 됐다. ‘지리산 행복학교’ 출간과 함께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린 덕에 이제 하동군청 전 직원이 나서서 공 씨가 살만한 터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실 하동은 박경리의 토지문학관으로 익숙한 곳이다. 드라마 토지의 주 무대인 최참판댁엔 섬진강에 봄이 오면 관광객들로 들썩인다.

지자체들이 작가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선 건 불과 몇 년 사이 일이다. 관광과 여행의 흐름이 콘텐츠가 풍부한 문학기행으로 많이 바뀐 탓이다.

그런 면에서 화천군은 ‘이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최대 팔로어를 자랑하는 이외수의 감성마을은 브랜드가치를 계산하기 힘들 정도다. 감성마을은 2005년부터 국비와 도예산으로 70억원이 들어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과 강연장, 농산물 판매장, 주차장 등이 조성돼 있고, 올해엔 오감체험장과 야외공연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략 연 1만명에 이르며 여행코스, 사진작품 등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담당공무원은 직접적인 경제효과보다 간접적인 효과가 크다고 한다.

보성군이 85억원을 들여 2008년 개관한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관은 지난해만 5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작가의 생활공간은 아니지만 개관 2년2개월 동안 누적 관광객 수가 17만7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웬만한 지자체 축제보다 낫다.

책을 냈다하면 기본 수십만부가 팔리는 살아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유치하는 건 지자체로선 그야말로 수지맞는 일이다. 고상한 이미지에 이름값 높이고, 경제적 효과까지 더해 허튼일에 예산을 쓰느니보다 효과적이다.

그렇긴 해도 작가마을 조성은 재정자립도가 기껏해야 10~20%대인 지자체로선 버거운 일이다. 국비지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마을의 촌장은 작가가 될 필요가 있다. 작가의 개성, 작품이 하나하나 문화를 형성하고, 원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그 마을의 색깔이 살아나야 한다. 인위적으로 조장한다고 이것저것 붙이다보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곳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래야 생명이 길고, 수십억원씩 들어가는 만만찮은 예산부담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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