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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은 반기를 들었고 청(靑)은 격앙...당청 갈등 혼돈속으로
지난 연말 예산국회에서 공조를 과시한 당ㆍ청 관계는 채 한 달도 안돼 갈등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인사에 대한 해묵은 감정이 뒤늦게 폭발한 것이란 게 여당 내부의 반응이고 보면, 관계 복원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더군다나 MB정부가 집권 4년차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우려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운한 당, 당혹스런 청=한나라당의 공직 후보자 사퇴 촉구는 전에 없던 일이다. 이따금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적은 있어도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기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심이반을 우려한 충정이란 게 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내년 선거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당과의 사전협의에 소홀한 청와대에 대한 섭섭함이 깔려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상수 대표의 잇단 설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당으로서는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반국민적 정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짧게는 오는 4월 재ㆍ보선과 길게는 내년 총선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당내에는 청와대보다는 국민여론에 귀를 더 열어야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동안 개각이 단행될 때마다 청와대의 사전 인선과정에서 당의 추천 후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도 당 입장에서는 서운함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철저하게 인사에서 당이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문 성격”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과거처럼 여당을 통과의례 정도로 판단한다면 계속해서 불협화음이 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청와대의 현재 인사시스템은 소수의 몇 명이 결정하는 폐쇄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당혹스러움과 격앙된 감정이 뒤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특히 당이 민심을 반영해 인사 내용에 대해 얼마든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데 사전 교감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관계 복원 길 멀다=집권 4년차에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레임덕의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당ㆍ청간 관계 복원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집권 후반기에는 당ㆍ청간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실제로 5년 단임제 하의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후반기에 예외없이 탈당을 경험해야 했다.

남경필 의원은 “레임덕은 진시황도 못 막았다”며 “서로 협상을 구하고 이해를 구하면 (레임덕은) 천천히 오고, 종전처럼 가면 빨리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연이은 인사 파동에 대해 참모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내에서 제기되면서 당ㆍ청 관계복원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여권의 대응태도가 아니라 민심을 얻지 못한 인사”라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에 대해 청와대 인사에 관여한 참모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춘병 기자 @madamr123>yang@heraldcorp.com <서경원 기자 @wishamerry>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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