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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이들 수많은 눈물 뒤로 하고 떠난 故박완서
치유의 글로 고통받은 이들을 어루만졌던 ‘문단의 대모’ 박완서 작가는 25일 미련없이 떠났지만 많은 이들은 그리움을 쉽게 놓지 못했다. 장례미사가 예정된 이날 오전부터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8시께에는 1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병원측은 8시께 마지막 문상을 받고 영결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계속 밀려드는 조문 행렬을 마다하지 못해 8시30분까지 영결식 절차 논의를 끝내지 못했다. 

숙연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은 흐느낌과 안타까운 눈물로 고인을 보낸 조문객들이 자리를 내준 8시30분께 비로소 유족들이 어머니,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족들은 절을 하고 위패와 영정을 향해 성수를 뿌리며 “고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기도로 고인에게 작별을 고했다. 유족들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들썩이는 작은 어깨가 더 이상 달래줄 어머니, 할머니가 없음을 실감하게 했다. 

유족들은 위패와 십자가, 영정,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 순으로 들고 영결식장으로 자리를 옮겨 출관예절을 치렀다. 촛불을 켜고 고인이 다니던 성당의 연령회원들이 성가로 기도를 올리는 동안 흰 국화에 둘러쌓인 고인의 관이 유족 앞에 놓였다. 유족과 지인들은 “박완서 정혜엘리사벳을 무한한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어 언제나 기쁨이 넘치는 낙원으로 이끌어 주소서”라는 성가를 조용히 읊으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고인은 이어 구리 토평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르고 용인천주교공원에서 영면의 길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발간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제목처럼 ‘못 가본 길’을 떠나는 고인은 마지막 모습도 화려한 꾸밈새 없이 소박하던 평소 문체를 닮아 담담했다. 그러나 그를 그리는 지인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난 이후에도 아쉬움을 거두지 못하고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박완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성의 삶을 잔잔히 대변한 작가”라고 고인을 기리며 “지난해 책이 나온 이후 9월께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마지막을 직접 지켜보지 못한 독자들은 글 속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찾는 것으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박완서 작가의 타계 소식은 서점가에 ‘박완서 열풍’을 몰고와 지난 22일과 23일 사이 고인의 소설과 산문집은 판매량이 평소의 6배 가까이 늘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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