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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의 가우디’ 훈데르트바서의 모든 것을 만난다
“우리가 혼자서 꿈을 꾸면 오로지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다.”

독특한 예술세계로 현실과 동화, 건축과 자연, 인간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예술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ㆍ1928~2000)는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 불린다.

그의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 ‘훈데르트바서 한국 특별전’이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는 3월 15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화려한 색채의 회화 작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창의적인 건축모형, 환경에 대한 이념을 담은 다양한 그래픽 작품 등이 망라된다. 훈데르트바서 비영리 재단과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빈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대표작 ‘세 번째 피부’ ‘블루 블루스’를 포함한 회화 63점, 쿤스트하우스빈 등 건축 모형 작품 8점, 수공으로 제작된 태피스트리 5점, 그래픽 작품 26점 등 총 120여 점이 전시된다.

훈데르트바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건축가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한 ‘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에 앞장섰던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8살의 나이에 ‘색채와 형태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닌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술에 두각을 나타냈다. 1953년부터 특유의 나선형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제5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산브라 상, 제6회 동경국제미술전 마이니치 상 등을 거머쥐며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떠오른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훈데바르트바서 예술의 화두다. 친환경적인 건축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1980년대부터 ‘건축 치료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을 리모델링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구불구불한 곡선과 소용돌이치며 확장되는 나선이 원색과 어울린다. 그가 가우디에 비견되는 이유다. 그는 건축물을 ‘제3의 피부’라 불렀다. 제1의 피부가 인체의 피부, 제2의 피부가 옷이라면 건축물도 그 선상에서 하나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벽은 알록달록하게 칠하고 창문은 각기 다른 모양과 개성을 드러낸다. 복도는 아이들이 미끄럼을 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지붕은 각종 식물들이 우거진 숲으로 변한다. ‘건물은 네모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훈데르트바서는 “직선은 부도덕하다”고 주장하며 손으로 자유롭게 설계도를 그렸다고 한다.

훈데르트바서는 환경 보호, 유해물질 사용 금지, 생태계 보전 및 생태주의 정책의 실현 등을 목표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도 발벗고 나섰다. 환경 보호에 관한 수많은 선언문을 작성하고, 환경 보호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 이번에 출품된, 식물을 단계적으로 이용한 친환경 정수 시스템에서 그의 세계관이 예술 뿐 아니라 ‘실용’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을 사랑한 작가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성인 티켓 판매금액의 3%는 월드비전 기아체험에 기부돼 잠비아 드림스쿨 설립에 사용된다. (문의 02-545-3946)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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