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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보리의 안단테 칸타빌레>위대한 연주자 크라이슬러…명곡 뒤엔 참을수 없는 슬픔…
지상파 TV에서 방영되는 일일드라마 한 편이 낮은 시청률 때문에 2월 말 조기 종영된다고 한다. 열심히 준비한 제작진과 배우들이 가장 속상하겠지만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한 필자에게도 이 소식은 섭섭하게 다가왔다.

인기 가수들이 부른 각종 드라마 삽입곡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 이 드라마는 오프닝 영상에 클래식 음악을 썼기 때문에 시청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오프닝 영상에 깔리는 음악은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전주곡과 알레그로’라는 소품이다. 크라이슬러(1875~1962)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자연스럽고 우아한 기품이 담긴 연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크라이슬러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대단한 재능을 보였지만 한때 의학 공부를 하고 군 복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바이올린으로 돌아온 그는 더 이상의 라이벌이 없을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리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활발한 연주 활동을 지속해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청력과 시력 장애를 겪게 됐고, 이는 결국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그를 괴롭혔다.

평생 수많은 자선공연을 열었던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던 크라이슬러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악기를 위한 명곡들도 많이 작곡했다. 그가 남긴 곡들 중에서 짧고 간결한 소품인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은 제목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하고도 우아하게 담아낸 명곡이다.

특히 ‘사랑의 기쁨’은 ‘달인’이 등장하는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쓰여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에 쓰인 ‘전주곡과 알레그로’는 도입부의 강렬한 서주가 인상적인 곡이다. 폭풍전야와도 같이 비장함마저 감도는 서주 부분이 드라마의 오프닝 영상과 잘 맞아떨어진다.

크라이슬러가 세상을 떠난 지는 오래됐지만 다행히도 20세기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그가 직접 연주한 레코딩이 남아 있다.

비록 음질은 좋지 않지만 현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스타일과는 무척 다른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세기 초반의 빈에 가 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멋스러운 연주자의 음악을 실제로 보고 들었을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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