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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리고 섬세한 블루, 찰나의 시간을 그리다
신수혁 ‘블루 노트’ 展


푸른 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진하지 않은, 여리고 섬세한 결을 지닌 푸른빛이다. ‘블루 노트(Blue Note)’. 신수혁이 2년 만에 하는 개인전의 타이틀이다. 서울 통의동에 새 건물을 짓고 이전한 아트사이드갤러리(대표 이동재)는 신수혁을 초대해 오는 3월 6일까지 개인전을 한다.

신수혁은 국내 화가 중 ‘히든카드’로 분류된다. 아직 스타 작가 대열에 진입하진 못했으나 매혹적인 그림들은 미술 애호가들을 차츰 사로잡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로 꼽히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신수혁은 2000년대 초 국내 유수의 단체에 연이어 초대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런데 돌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젊은 작가들이 으레 선호하는 뉴욕 또는 런던이 아닌, 도쿄를 택한 것. 도쿄예대 회화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9년 귀국했고, 원앤제이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 이어 다시 개인전을 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공간과 낡은 건물을 푸른빛으로 옮긴 신수혁의 유화.

첫 국내 개인전에서 흰색 제소(gesso)를 캔버스에 펴 바른 후 그 위에 연필로 철학적 풍경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에 블루 톤의 풍경에 도전했다. 유화물감을 화폭에 얇게 칠한 후 순차적으로 물감층을 한겹 한겹 쌓아올리며 화면을 형상하는데, 이 같은 기법은 다른 화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데뷔 시절 추상 작업을 했던 신수혁은 이번에 구체적 형상이 있는 그림을 내놓았다. 국내의 낡은 근현대 건축물에 눈을 돌려 이를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근현대 건물에 깃든 고유의 맥락과 시대의 감각을 푸른 물감으로 되살려낸 것.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도시의 낡은 건물이며 평범한 환경을 끈질기게 탐구함으로써 이 시대 개인과 사회의 본질을 타진해보는 것이 그의 작업의 테마다.

신수혁의 그림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똑같은 풍경도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보는 이에게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신수혁은 아주 미묘한 시간의 차이에 주목해 이를 ‘시간의 틈새’라 칭한다. 작업을 통한 그의 연구 주제는 시간의 틈새에 관한 것이다. 시간의 미묘한 틈새를 천착하는 까닭을 묻자 “궁극적으로 빛이 무엇인지 관람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신수혁은 이번 전시의 제목을 ‘블루 노트(Blue Note)’라 정했다. 블루는 우울함을 상징하지만 노발리스의 ‘푸른 꽃’처럼 희망, 판타지의 저편을 은유하기도 한다. 블루 노트는 또 ‘블루스 음악의 음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02-725-1020

이영란 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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