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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파행 거듭하는 보금자리주택, ‘신기루’로 끝날 땐 집값 폭등 ‘쓰나미’ 온다.
강주남 생활경제부 차장

MB정부의 대표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이 ‘민간자본 유치’를 놓고 또 다른 논란에 휩쓸리고 있다.

환경론자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그린벨트를 풀어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보금자리의 건설 주체가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에서 내년 말까지 총 32만가구(사업승인 기준)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간 사업규모가 46조원에서 30조원으로 줄어든 LH공사의 재정능력으로는 연간 8만가구 이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올해 LH가 담당해야 할 17만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국책사업을 도맡아온 LH가 12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차질을 빚자 정부는 해결사로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였다.

택지비를 LH 수준으로 싸게 분양하고 가구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등 유인책도 제시했다. 임대주택 손실보전비와 그린벨트 개발이익 일부를 민간에 주겠다는 것이다. 특혜 시비와 함께 그린벨트 훼손 논란이 재점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벌써부터 시민단체뿐 아니라 민주당 민노당 등 야당은 관련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내세운 ‘훼손된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 주거문제를 해결하되, 공기업인 LH공사가 사업을 맡아 난개발과 개발이익 특혜 소지를 없애겠다’는 명분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3억~4억원짜리 분양주택을 짓는 정책은 출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토지보상을 둘러싼 지주와의 갈등으로 지난 2009년 10월 사전예약을 실시한 하남미사지구 등은 17개월이 지난 현재 착공은커녕 보상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수십년간 변변한 재산권 행사 한번 못해본 땅을 빼앗아,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무주택자’에게 수억원의 개발이익을 주겠다는 정부 정책에 선뜻 응할 지주가 있을 리 만무하다.

강남의 10억원짜리 전셋집에 살더라도, 청약저축만 많이 부으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당첨권’을 주는 엉성한 청약기준도 정부가 내세운 친서민 정책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수에게 로또 당첨 기회를 제공하는 보금자리 분양주택을 민간에 넘기지 말고, 아예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2018년까지 32만가구를 공급키로 한 것을, 성과물에 급급해 무리하게 이명박정부 임기인 2012년으로 앞당긴 것도 사업 차질과 부작용을 초래했다.

32만가구 공급 목표까지 1년 9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본청약이 마무리돼 내년 말까지 입주 가능한 보금자리 분양주택은 서초우면지구와 강남세곡지구 등 강남권 보금자리 1994가구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처럼 폐기된 옛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 당첨 대박을 꿈꾸며 전셋집을 전전하고 있는 서민들의 내집마련 목표가 MB정부 말기 ‘신기루’로 끝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파생된 민간주택 공급 축소와 전세대란이 2~3년 뒤 집값 폭등의 ‘대형 쓰나미’ 후폭풍을 불러올까 심히 걱정스럽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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