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조세피난처로 돈이 몰리는 이유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와 조세피난처(세금이 면제되거나 현저히 경감되는 국가나 지역) 간 수출입 관련 외환거래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불법 외환거래를 이용한 국내자본의 해외유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와 조세피난처 국가 사이의 외환거래는 2552억달러로 실거래 무역규모 1382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제 수입물품대금보다 더 많은 돈이 조세피난처로 흘러간 셈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조세피난처로의 수입대금 지급의 적정성 및 건전성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한다. 국세청도 해외거래를 이용한 탈세 적발에 나섰다.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는 우리 경제를 좀먹는 불법행위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한편 왜 조세피난처로 돈이 몰리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법과 제도상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외환거래는 영국(32%), 싱가포르(29%), 홍콩(16%) 등 3개국과의 거래가 전체의 77%에 달한다. 이들 국가는 모두 세율이 낮고 규제가 덜하다. 특히 영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이 몰려들 정도로 금융환경이 좋은 나라다. 싱가포르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7%, 홍콩은 16.5%로서 우리나라(22%)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ㆍ증여세율(50%)을 가지고 있지만 싱가포르ㆍ홍콩은 아예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금액은 총 325억달러인 데 비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은 129억달러로서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이 더 많은 상황이다. 그 나라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의 바로미터다. 돈은 태생적으로 세금이 낮고 규제가 적은 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세금과 규제는 공장 건설 등 국내 직접투자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그래서 국내 직접투자 규모가 늘지 않고 수년째 답보상태에 있다.
이번에 관세청이 발표한 불법 외화유출 혐의 자료는 과거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다. 그동안 불법 외화유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사후 분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자본이 유출입되는 시점에 불법거래 여부를 체크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바란다. 불법 외화유출입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 시대에 자본의 해외유출을 단속과 규제라는 채찍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고 한계가 있다. 국내자본이 스스로 우리나라에 머물고 해외자본이 기꺼이 국내를 투자처로 선택할 수 있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떠나는 기업을 붙들고 해외기업을 불러들일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에 한층 더 힘쓸 때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