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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찬 시련, 그래도 윗목은 덥혀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공유제와 신정아 씨의 돌출 발언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24일 동반 성장을 정책 1순위에 두겠다고 밝혀 주목을 끈다.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한때 날카로운 각을 세웠었다. 청와대의 조정으로 일단 침묵 모드로 들어갔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에 관한 한 의견 일치를 선언한 셈이다. 당연하다. 지경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주무 부처 아닌가.

동반 성장은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이 일군 괄목할 성과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기업 간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온 말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란 양극화 현상의 해소 없이 사회적 평화를 찾기는 어렵다.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위용을 자랑해도 중소 하청기업들은 나아지는 게 별로 없다. 임금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다. 아랫목이 아무리 뜨거워도 윗목은 냉골이다. 수요 독점의 대기업에게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든지, 신기술 개발의 성과를 나누라든지, 훈련된 우수 인력을 빼가지 말라든지의 주문은 곧 자살을 의미한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게 대기업 초과이익공유제의 아이디어다. 별로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대기업 안에서 임직원은 물론 주주에게 초과이익을 배분하고 있는 것을 협력업체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연초 이익 목표치보다 더 많이 이익을 냈을 경우 대기업과 협력 하청 중소기업이 나눠갖자는 것이다. 정 위원장 발상은 소박했지만 반발은 요란했다. 한마디로 초과이익 나누기가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을 망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활동의 성과를 배분하는 비슷한 성과배분주의가 이미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데도 생경한 용어 한마디로 나라 안이 떠들썩했다. 이것은 정 위원장의 용어 선택, 또는 설명 부족의 결과다.

동반 성장을 위해 더 급한 것은 기존 제도의 보완이다. 누진세와 법인세 조정으로 초과이익 일부를 흡수, 중소 하청기업에 배분할 수 있고 엄격한 공정거래 감시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막는 게 더 낫다. 그런데 현실은, 특히 정치적 현실은 세금 더 거두기도, 공정한 감시도 잘 못하게 하니까 초과이익 공유라는 사후약방문이 나온 것이다. 정 위원장 힘이 쭉 빠진 지금 최 장관이 기존 제도 보완과 새 제도 도입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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