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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 말(馬)로 국격을 높이자
올림픽 등 국제승마대회의 주요 입상국들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통적인 선진국들이다. 한국 등 아시아의 신흥강국들이 다양한 운동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승마에서만큼은 아직 이들의 벽을 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승마 강국으로는 독일,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호주, 영국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한마디로 국가의 품격(品格)이 높은 나라, 다시 말해 요즘 우리나라가 지향하고 있는 국격(國格)이 높은 나라인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국격’이다. 현 정부 들어 G20 서울정상회의 개최,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등 국격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속의 코리아 위상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대형 행사의 유치보다는 선진국들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선진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과거, 말은 무력의 핵심수단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말은 전투적인 이미지를 벗고 산업과 문화의 측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오랜 역사 동안 말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바뀌었지만 ‘우수한 마필을 보유하는 것이 곧 국력’이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서구 강대국들은 이러한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자국의 말 산업 육성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대 말 산업 국가인 미국의 경우, 말 두수가 920만두, 말 관련 고용인구가 143만명, 경제기여효과가 126조원에 달한다. 승마 강국인 독일도 승마인구 170만명, 승마장 수 7600여개로 말이 국민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말 산업은 1742개 농가에서 2만8718두의 말을 사육하고 있으며, 293개의 승마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으로 매우 초라한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레저와 사교의 수단으로 각광받는 경마도 한국에서는 도박과 레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매출 7조원의 우리 경마에서 이제는 산업적인 측면도 강조할 때가 됐다.
지난 2월 18일, ‘말산업육성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단일축종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말이 최초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말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말 산업은 농가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한편 우리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많은 사람이 말 타는 것을 즐기게 되면, 좋은 말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마필로 올림픽과 같은 국제승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7일에 열린 세계 최고상금(1000만달러)의 ‘2011 두바이 월드컵’에서 일본의 경주마가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말(馬)로 국가의 자존심이 높아지고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날이 대한민국에서도 어서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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