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공항 백지화의 뿌리는 정치권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 후폭풍이 거세다.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30일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공항 운영, 경제, 사회환경 등 3개 분야를 평가한 결과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총점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으로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시기와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를 수용,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영남지역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탈당 요구와 일부 단체장 사퇴, 독자 및 민자유치로 재추진 등 강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검토 지시 이후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지역 숙원사업이었다. 현 정부 들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주민의 배신감이 클 게 당연하다. 표심만을 잡기 위해 섣부른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 이 대통령은 조속히 백지화에 따른 유감 표명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은 거국적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10조원대의 사업을 지역 민원만을 의식, 추진할 수 없지 않은가. 국제기준과 국내외 사례, 국토연구원 용역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 더구나 지방권 14개 공항 중 김포와 제주, 김해를 빼고 모두 적자투성이다. 총 3000억원을 들인 무안국제공항은 이용률 2%로 지난해 507억원의 손해를 봤다. 양양국제공항 역시 하루 이용객이 불과 24명이다. 모든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판이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건설된 탓이다.

영남권 관련 정치인과 해당 지자체장들은 국론분열을 수습하고 갈등 진정에 나서야 한다. 대구는 민자유치, 부산은 독자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10조원대의 대규모 사업 자체추진은 지방재정상 무리다. 지역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문제의 뿌리인 정치권은 선거철 무분별한 공약에 대한 사후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명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공약 검증에 더 철저할 수밖에 없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