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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손정의 없는 재벌기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일본 이재민 돕기 100억엔(한화 약 1291억원) 쾌척 기부 반응이 뜨겁다. 지난 3일 기부 이후 연일 일본 신문 및 방송과 인터넷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재일동포 2세 경영인인 손 사장이 일본 개인 기부 최고였던 야나기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업체) 대표의 10억엔을 크게 앞질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여기에 은퇴할 때까지 소프트뱅크 대표 보수(기준연봉 1억8000만엔) 전액까지 기부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뉴스가 국내에선 귀 밖의 소리 정도로 인식된다. 우리 사회에 이런 기업인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 명의 기부활동은 활발하지만 정작 개인 돈을 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총 8300억원대의 기부금을 냈어도 모두 기업 명의일 뿐 총수 개인 기부는 없다. 지난 12년간 110억원을 선뜻 내놓은 기부천사 김장훈 씨가 돋보이는 이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개인 돈 기부자 모임(아너스 클럽) 역시 대기업 총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53명이 모두 중소기업인, 어렵게 자수성가한 자영업자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 부자와 격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재벌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 잔치로 상장기업들의 여유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결과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유보율이 1219.45%에 이르렀다. 정부의 수출, 환율 지원에 편승한 결과다.

이런 자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와 일자리는 나 몰라라 식이다. 여기에 툭하면 중소기업 쥐어짜기, 편법 부의 대물림, 경영권 불법 승계 등이 판친다. 친기업 정책으로 고물가 고통을 뒤집어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반시장 운운 자격조차 없다.

법적 제도적 문제를 따질 게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만이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풀 수 있다. 나눔 배려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재벌 총수와 대기업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장경제 건전화를 위한 통 큰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총수의 나눔 결단이 필요하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를 근대사회 이념 축인 자유와 평등 외에 박애정신 결핍 탓으로 돌렸다. 날로 커지는 대기업 몸집과 부의 대물림, 고용 및 동반성장에 관한 치밀한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초과이익 공유처럼 설익은 아이디어나 내놓고 눈치 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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