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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나는 가수다’와 콘텐츠 전쟁
무대 실황 음원 판매

지상파 비즈니스 영역확장

일부 대형기획사들 반발

제작자 - 방송사 갈등 비화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휴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가와 대중음악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회에서 탈락한 가수 정엽은 자신이 속한 밴드 브라운아이드소울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고, 데뷔 이래 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고 소감을 밝힌 김범수가 부른 ‘제발’은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곡이 됐다. 프로그램 폐지까지 거론됐던 MBC 홈페이지 게시판은 하루 빨리 방송이 재개하길 독려하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5월 초께 방송을 재개할 이 무대는 적잖은 가수가 출연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 달 내내 인터넷포털사이트와 SNS의 인기 검색어에 올라있는 ‘나는 가수다‘는 콧대 높은 정상급 가수를 재평가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를 끌 만했다. 프로그램 타이틀은 가수들의 도전과 경쟁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오디션과 리얼리티의 흥행 코드는 경쟁 프로를 압도했다. 그러나 3회 방송에서 탈락자로 낙점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장면은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기획은 탁월했지만, 프로그램 운영은 미숙했다. 무대 뒷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과잉 의욕은 실감나는 감동보다는 출연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데 포커스를 맞춘 결과를 낳았다.

MBC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휴방과 PD 교체로 무마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명분으로 무려 165분짜리 초대형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반칙왕’으로 낙인 찍힌 김건모를 포함한 7인의 가수들이 옴니버스식으로 펼친 ‘명품 공연’은 단박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가수들은 미션곡을 완벽하게 재탄생시켰다. 레퍼토리들은 모두 음원시장을 휩쓸었다. ‘음원 구매’ 에 익숙지 않은 40, 50대 팬까지 움직였다. 시청률보다 훨씬 높았던 전 국민적 관심은 강력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의 진짜 뛰어난 기획력은 최근 일고 있는 ‘음원 논란’에서 드러난다. ‘나는 가수다’ 무대의 실황 음원을 공개(판매)하면서 일부 대형 음반기획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수들은 대부분 ‘나는 가수다’의 출연을 원한다. 수개월간 혹은 1년 넘게 준비한 신곡이나 다름없는 전혀 새로운 편곡의 리메이크곡을 계속 공개할 수 있고, 6위권 내에만 들면 장기 출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작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를 감추지 않는다. 입장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매번 신곡이 7곡씩 쏟아져 나온다면 장기적으로 음원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는 공감한다.

지상파 방송들도 방송 제작의 주요 재원인 광고 외 디지털 환경의 변화, 글로벌 마켓의 확대로 발생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사 계열 케이블채널에서 재방송하는 드라마, 다시보기는 콘텐츠 재판매로 매출이 발생한다. 방송 콘텐츠의 해외 수출로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음원 공개는 지금까지 없었던 지상파가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의 밥그릇에 손 댄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나는 가수다’의 음원 공개를 관리하는 MBC의 자회사인 iMBC는 사전에 가수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고, 음원 수익의 절반을 지급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각 가수들은 경쟁을 하기 위해 동원한 연주자, 백댄서의 사례비를 자비로 감당하고 있다. 방송 제작비의 일부까지 출연자가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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