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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방통위 벌써 레임덕 빠졌나
집권 4년차인 MB정부의 기강해이가 지나치다. 금융시장을 감시ㆍ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를 앞둔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불법 예금인출을 보고도 멀쩡히 ‘구경’만 했다. 나아가 대출 청탁, 유상증자 허가, 검사 무마 등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챙기는 데엔 앞다퉈 나서다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아무리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들어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했으나 금감원의 파렴치가 이를 비웃는 듯하다. 지난 2월 영업정지 직전 부산저축은행 계열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예금은 물론 친인척과 VIP 등의 예금 1077억원을 몰래 빼가는데도 현장에 있던 금감원 직원들은 모른 체했다. 진짜로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금감원의 ‘막장 드라마’는 이뿐이 아니다. 영업정지를 신청하라며 사실상 부실 저축은행의 사전 예금인출을 유도했고, 불법 인출을 알고도 국회 청문회 때까지 두 달 동안 은폐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른바 ‘11ㆍ11 옵션 쇼크’사건을 조사했던 담당 국장이 사건 당사자의 변호를 맡은 로펌으로 이직하겠다는 후안무치 또한 임기 말 레임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레임덕 현상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예외가 아니다. G마켓ㆍ옥션ㆍ11번가 등 오픈마켓이 소비자를 현혹시켜 지난 3년간 무려 9조원을 거래했는데도 공정위는 겨우 1800만원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일반 제조업체의 수십억, 수백억원 부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불공평한 처사다. 고객 동의 없이 유선전화를 정액요금제에 몰래 가입시켜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KT에 104억원 과징금밖에 부과하지 않은 방통위의 솜방망이 조처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나사 풀린 금감원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엄포로 그쳐서는 안 된다. 레임덕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조사,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사전 인출한 VIP 등의 명단 공개와 인출자금 환수 조처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시급하다. 레임덕을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감사원과 사법당국 등은 공직자 기강을 재점검, 조그만 위법 부당행위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리기 바란다.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강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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