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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神이 되길 꿈꾸는 자들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시대

슈퍼 유저들 정보권력 막강

개인 감시·통제하려는 집단

정부가 나서 가려내야





인간은 신(神)이 되려 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전지전능하니까 신이라 부른다. 불손한 인간이 전지전능해지려 하면 그 끝은 자기파멸이다. 

최근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정보가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시대 ‘슈퍼 유저(super user)’, 즉 최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의 잘못된 판단과 행위로 인해 생기는 혼란상이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이 고객의 위치정보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저장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애플은 28일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애플 입장에서는 그 정보가 매우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겠지만 범죄에 악용된다면 ….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국가권력이 애플의 위치정보를 활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절대권력(빅 브러더)의 하수인으로서 신문, 잡지, 영화 같은 기록물을 조작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개인의 위치는 물론 생각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텔레스크린’을 피해 몰래 일기를 쓰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윈스턴이 연인 줄리아를 만나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개인의 사랑조차 통제받는 세상에서 윈스턴의 인간성은 없었다. 그래서 윈스턴이 노트에 반복적으로 써내려간 글은 ‘빅 브러더를 타도하라’는 것이었다.

애플이 숨겨온 위치정보가 좀 더 발전해 조지 오웰이 상상했던 ‘텔레스크린’이 된다면 애플은 국가권력을 뛰어넘어 무시무시한 정보권력을 가진 빅 브러더가 될 것이다.

농협의 전산사고는 은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슈퍼 유저’ 또는 그 권한을 훔쳐 자신이 슈퍼 유저가 되고 싶은 인간이 거대 금융기관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준 중대 사건이다. 그는 전산 시스템 명령어 몇 개를 조합해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려 했다.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 해킹사건 역시 범죄조직이 언제든 개인의 금융정보를 까발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일본의 대표 IT기업 소니도 7700만명에 달하는 고객정보를 해킹당했다고 한다.

가입자수 가 6억5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인터넷상에 자기 정보를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려 애를 쓴다. 그래야 더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의 말처럼 개인은 더 이상 ‘프라이버시’란 이름 속에 숨어 지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우리 시대 ‘슈퍼 유저’는 내 어머니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세상이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21세기 고도의 정보사회를 향해 던진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인가. 이 물음에 답을 해볼 때가 됐다. 정부도 할 일이 있다. 돈벌이를 위해서든 권력유지를 위해서든 개인을 감시ㆍ통제하려는 집단, 불손하게도 신이 돼보려 하는 자들을 가려내야 한다. 정부가 되레 그런 유혹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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