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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관예우 근절, 청와대가 앞장서야
정부가 고위공무원의 로펌, 세무ㆍ회계법인, 금융회사 등 취업 제한을 강화한다고 한다. 상당수 공직자가 퇴직 상관 주문대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실에서 고관들의 전관예우 근절 조처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시늉내기에 그친 판ㆍ검사 전관예우 금지 규정과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거울 삼아 더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역대 최고라지만 전관예우 악폐는 최하위권이다. 기존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정은 편법ㆍ우회 취업, 경력 세탁 등으로 있으나 마나다. 지난해 퇴직 공무원의 25%가 사실상 직무 관련 기업에 취업했어도 불허 또는 취소당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또 현재 6개 로펌 전문인력의 절반 이상이 국세청, 공정위 등 경제권력 출신이라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옛 부하들 상대로 정책 집행과 법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거나 각종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로비역 아닌가. 당연히 엄청난 대가가 따르고 불공정과 편법, 부정부패가 판칠 수밖에 없다.

환부 수술은 단호하고 과감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자본금 50억원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된 취업제한 업체 기준을 대폭 강화, 국장급 이상의 로펌행을 원천 차단하지 않으면 전관예우 근절은 요원하다. 아울러 취업제한 기간 연장과 함께 ‘소속 부서’ 업무 관련성의 ‘소속 기관’ 확대가 바람직하다. 공무원 접촉에 따른 사전ㆍ사후 신고와 보수내역 공개보다 중요한 것은 엄정한 단속ㆍ처벌 규정이다. 위반 시 현직 공무원 징계는 물론 국고 손실 등에 따른 퇴직 고관의 강제 배상 의무, 해당 기업에 대한 페널티 부과 등이 필요하다.

공직자들도 이제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무원들은 퇴직 후 땅바닥에 코 박고 죽으란 말이냐’는 푸념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고시 한번 패스로 평생 먹고살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수백만원 연금 생활이 어렵다면 재직기간 경험을 살린 후진 양성의 길도 있다. 국내외 봉사로 얻는 사회적 존경은 덤일 것이다.

대통령의 인식전환도 긴요하다. 지금이라도 로펌 근무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는 아무리 유능해도 장ㆍ차관에 기용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공정사회 구현은 먼 데 있지 않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도 소아병적인 지역이기주의에만 얽매이지 말고 국가 선진화를 앞당길 전관예우 근절에 합심하기 바란다. 18대 국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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