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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박재완 장관, 이젠 담배 끊으시죠?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며칠 전 군포 복합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다. 일상적인 현장방문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여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도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그의 입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수천 종의 택배 물품이 분류되는 현장을 둘러본 박 장관은 물류업계 대표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인근 간담회 장소로 이동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에 박 장관은 군포 복합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고, 옥상이 친환경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박 장관은 “여기는 흡연구역이 없나 봅니다”라고 물었다. 이 말이 화근이었다. 박 장관이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한다는 식으로 이해되면서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임원실에 마련된 흡연공간으로 박 장관을 이끌었다. 예정된 간담회 시작이 약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에피소드 하나 더. 지난해 박 장관은 추석을 앞두고 성남시 소재 새벽인력시장을 방문했다. 건설 일용직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쓰메끼리’ 같은 유보임금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2시간 넘게 현장을 누비고 동행한 기자단, 현장근로자들과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박 장관은 기자에게 담배를 권했다. 금연한 지 1년쯤 된 기자는 두 차례나 거절했지만, 박 장관의 거듭된 권유에 한 개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소통의 수단이자 동질감의 표현을 함께 흡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박 장관은 애연가다. 요즘에도 박 장관은 하루에 담배를 1~2갑 정도 피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벌레답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 느낀다고는 하지만, 어디 사람 일이 그럴까. 일국의 장관으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은 상당할 것이고, 담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조만간 청문회를 거쳐 재정부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되면 더욱 격무에 시달릴 것이 자명하다. 덩달아 흡연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재정부 장관 내정자이기 때문에 금연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자리이므로 흡연을 포함해 모든 움직임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박 장관이 애연가여서 담뱃값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맡은 업무가 많아지고 중요해진 만큼 장관의 건강도 중요하다. 이런 까닭에 주요 국가의 대통령들도 금연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부터 금연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도 건강을 이유로 담배를 끊었다. 이들 외에도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담배를 멀리 한 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

오는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금연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기자는 지난해부터 담뱃값을 불우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좋아하는 박 장관에게 더 이상 담배는 필요 없어 보인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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