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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재완 장관, 고위직 매너리즘 빠진 듯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소장파와 야당의 감세 철회 주장을 거부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경쟁과 시장, 감세와 성장으로 이른바 ‘747’(7% 성장, 4만달러 소득,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지향하다 계층간 양극화만 심화시킨 MB노믹스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뭔가 정황 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
박 후보자는 MB노믹스 폐해가 ‘특별히 없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규제 완화, 세금 감면에 따른 수출과 매출 증대 과실은 특정 상위계층에만 쏠렸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린 기업 이익은 일부 대주주들에게 1000억~2000억원씩의 배당금으로 빠져나갔고 대기업은 억대 연봉과 호화판 상여금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생활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피폐해졌다. 800조원 가계부채와 사실상 20%가 넘는 청년실업률, 물가상승의 삼중고가 참담하다. 구조적인 일자리 부족, 내수 침체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10년간 상위 20% 소득은 55% 증가, 하위 20% 소득은 35% 감소했다. MB노믹스는 지나갔다.
정책의 일관성보다 시대 상황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은 MB노믹스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4ㆍ27 재보선은 그 예고편이다. MB 지지율 급락에 더해 내년 대선의 야당 후보 선호도 46%, 현역 국회의원 교체희망 비율 52%라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놀랄 일이 아니다. 대기업 성장 과실이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 서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못한다면 재집권 꿈은 거품이다.
박 후보자는 인수위원회부터 참여해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MB맨이다. MB노믹스 전도사, MB 아바타로서 정책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 연연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법인세율 및 소득세율 추가 인하 대신 오히려 증세로 생기는 재원을 저소득층 출산 지원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입해야 한다. 영혼 있는 경제사령탑이라면 자녀 일감 몰아주기, 편법 대물림에 골몰하는 대기업만을 위한 시늉내기 성장 구호보다 서민들의 삶을 살피고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부디 힘쓰기 바란다. 박 후보자가 그동안 고위직을 계속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닌지 의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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