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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방향타 고장난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신청 마감 보름 앞두고

아직 밑그림도 제시못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도 미정

우리금융 민영화 또 표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계획이 또 표류하고 있다. 선원은 많지만 키를 쥔 선장이 없고, 방향타 역시 고장 나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를 연상시킨다.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금융의 연내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각오는 벌써 빛이 바랬다.

입찰참가의향서(LOI) 마감일을 불과 보름 앞둔 현재까지 민영화 성사의 관건이 될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개정하기로 했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아직 확정하지도 못했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려면 인수회사의 지분을 95% 이상 확보토록 돼 있는 시행령을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지주사에 한해 50% 또는 30% 이상 확보해도 인수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으로 고치겠다고 했지만 아직 답안을 공개하지 못한 것이다.

유효경쟁을 담보할 KB, 신한,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입찰참여는 시행령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기에 정부의 게걸음 행보는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정치권의 반발에 손발이 묶인 영향도 있다.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반대하는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정부가 시행령을 마음대로 바꿔 우리금융 매각을 추진할 수 없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의원입법으로 법개정이 추진되면 시행령 개정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부 잘못이 크다. 정치권에 오해를 사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진로를 막은 야당 의원을 탓하기에 앞서 정부 스스로 신뢰를 잃은 때문인 건 아닌지 반성할 여지가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메가뱅크를 내세우며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섰지만 갈등만 고조 시킨 채 무산돼 매각 작업이 더욱 꼬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은 번번이 빗나갔다. 2001년 4월 예금보호공사 100% 출자회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2005년 3월까지 민영화를 달성키로 했지만 시한을 넘겼고, 2008년 3월까지 연장된 시한 역시 지켜지지 못했다. 이도 저도 안 되니 민영화 시한을 아예 없애고 2007년 3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한국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3대 원칙을 세우고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역시 4년여를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주인 없는 기업은 경쟁력도 개혁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10년여 세월 동안 우리금융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니 말이다. 이번에는 꼭 민영화를 이뤄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받아왔던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 14일 산은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결단을 내렸다. 뒤늦게나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치권의 협조도 필요하다. 숨은 의도가 있다거나 정치적인 음모로 비치지 않는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민영화를 지원해야 한다. 이번에도 매각계획이 불발로 끝나면 결과는 뻔하다. 우리금융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도, 신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에도 민영화를 기약하기 어렵다. 숙제를 미루고 또 미루면 신뢰가 떨어지고, 종국에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나 정부, 정치권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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