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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법’ 거부하며 부패 척결하나
MB정부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금융감독기관이 썩을 대로 썩은 것을 목격한 것만 해도 충격적인데, 인허가권을 잔뜩 쥔 국토해양부의 비리는 이보다 ‘한 수 위’였다. 정부 부처,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영기업체까지 어디 하나 온전한 곳이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김황식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척결 의지를 거듭 밝혔다.

공직자의 기강 확립은 이명박 정권의 명운은 물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런데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은 반대 발언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법안 내용을 대법관 출신의 위원장이 지나치게 꼼꼼하게 만들어 그랬는지 모른다. 가령 공직자가 받는 모든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고토록 하고, 직위를 이용해 특혜를 주면 금품을 받지 않았어도 처벌한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내용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전관예우 폐해 시정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이 발목을 잡았다. 청탁과 민원의 구분이 모호하고, 건전한 의사소통을 위한 만남까지 막을 수 없다며 반대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 신경 쓸 내용이 아니라고 아예 무시한 국무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말로는 부패 척결에 앞장선다면서 정작 자신의 기득권은 놓지 않으려는 얄팍한 이중적 행태의 전형을 보는 듯해 안타깝고 한심하다. 대통령 주재하의 국무회의에서 이런 반론이 기승을 부리는데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란 말이 지켜질지 자문해보라.

청와대는 총리실과 감사원을 중심으로 1만 명에 이르는 감사인력을 총동원, 그야말로 전쟁 수준의 사정을 벌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김영란 법’을 거부하는 국무회의 실태를 볼 때 차라리 자조적 웃음이 나온다. 역대 정권이 공직기강을 잡겠다며 이벤트처럼 사정의 칼을 휘둘렀지만 매번 그때뿐이었다. 오히려 부패의 늪은 더 깊고 넓게 퍼져 대한민국을 갉아먹어 왔다. MB정부가 더 정신 차리고 부패 바이러스 확산을 원천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 법’은 지금이라도 속히 차질 없이 추진해야 공직자 부패 척결의 명분이라도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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