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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ㆍ경이 국민 법익 위해 거듭날 때
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면 충돌 양상을 빚었던 검찰과 경찰이 막판 청와대 중재로 검찰 수사지휘권과 경찰 수사개시 및 진행권을 모두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20일 이런 내용의 정부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이로써 ‘밥그릇 싸움’으로 치달았던 검ㆍ경 대결은 일단락되고 6월 임시국회 처리가 가능해져 다행이다.

현재 경찰이 범죄의 98%를 사실상 독자 수사하는 현실에 비추어 이번 수사권 조정에도 두 기관의 수사 관행에 결정적 변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해묵은 갈등과 대립을 봉합하는 선언적 의미는 크다. 검찰에 ‘복종’하던 경찰이 범죄 혐의 판단 시 범인ㆍ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한 수사 개시 및 진행을 할 수 있게 명시한 것은 커다란 진전이다. 경찰이 원하던 수사개시권을 법률로 인정한 것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찰은 이제 수사 능력과 마구잡이 수사에 따른 인권의식, 도덕성을 높여야 할 책무가 있다. “13만 경찰 표심을 잊지 말라”며 이번 기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무력화하고 경찰이 독자적인 모든 수사권을 갖겠다는 애당초 발상은 지나쳤다. 직전 경찰 총수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마당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다. 경찰은 검찰 수사의 보조자가 아닌 명실상부한 수사 주체로서 검찰의 편파 수사도 견제할 위상 정립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치안 및 사법 기능 전문화와 함께 뼈를 깎는 자정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개시 권한을 악용 또는 남용한다면 경찰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은 요원하다.

검찰 또한 더 이상 경찰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경찰을 상하 복종관계가 아닌 수사 파트너로 인식할 때 수사지휘권은 더욱 공고히 다져진다. 검찰은 자체 수사권과 기소권, 경찰 지휘권까지 갖는 무소불위 권력 아닌가. 산 권력에 고개를 숙이고 죽은 권력에만 칼을 휘두르는 ‘정치 검찰’ 꼬리표부터 떼내야 한다. 특히 시행령에 담을 검사 지휘권의 구체적 범위와 기준은 인권과 국민 편익, 범죄 척결,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준 이상 수사 전 단계인 내사(內査)까지 지휘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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