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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공짜와 무상’이 주는 진정한 의미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자극적 공약 줄줄이 대기

실효성·지속가능성 판단

결국 유권자의 몫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물가상승률이 5개월 연속 4%를 웃돌자 물가를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80% 정도가 이자만 상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택경기마저 불안하면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계층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가계부채는 불패 신화로 인식됐던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으면서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올해 초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계부채가 ‘잠재적인 폭탄’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총 주택담보대출이 364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0%를 차지한다. 그간 은행들의 낮은 금리와 공격적인 대출확대가 가계대출의 급증을 불러왔다. 가계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은 변동금리와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거치식’ 위주로 이뤄진 데 있으며, 이러한 대출의 비율이 78.4%에 달한다. 올해만 약 64조원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돼 가계부채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집값 하락과 거래 위축으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정책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전세난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전세시장은 계절적 이유와 학군 문제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비수기에도 상승 분위기가 지속돼 무주택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최근 국민은행의 자료를 보면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서울은 2009년 2월 38.3%의 저점을 지나 47%까지 상승했다. 올해 주택공급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급감한 데다 하반기에는 강남과 강북의 재건축ㆍ재개발 이주수요 2만가구가 몰려 서울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시ㆍ도지사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시기를 조정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반값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일반인에게 매우 파격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싫어할 이유가 없다.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반값 한우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지속가능한 정책인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2009년 봄부터 시작된 반값 아파트는 그린벨트를 해제한 땅에다 짓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MB정부의 임기 내 수도권에 32만가구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했다. 부동산 거래시장은 위축됐고 그린벨트는 소진됐다. 이제 무리하게 공급목표에 연연하지 말고 잘못된 계획이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되자 전관예우 문제와 공무원들의 비리 연루사건 등으로 어수선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써 정치권은 철저한 표 계산으로 지나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는 반값 아파트와 등록금, 뉴타운 공약 등이 귀를 솔깃하게 하지 않았는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더 자극적인 단어로 무장한 공약 상품이 줄줄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은 ‘공짜와 무상’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감당하게 될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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