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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검찰총장 대행체제로 임기 채울수도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합의가 파기됐다며 사퇴한 김준규 검찰총장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싸늘하다. 청와대는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총장 인선에 착수했지만 검찰의 지나친 조직 이기적 모습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사회 여론은 임기 40여일을 남겨두고 검찰 입장을 고려, 사표 제출을 고집한 김 총장의 행동이 무책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직보다는 국가조직의 안정, 상명하복의 자세가 검찰 총수라는 공복으로서 마땅히 가질 태도라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말리는데 굳이 사표를 던진 김 총장은 애당초 공무원으로서 부자격자 아니었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가와 국민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국가 안정의 기본인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최고 수장이라면 더 말할 게 없다. 특히 고위 공직자는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불쑥 뛰쳐나오는 것은 치기이자 국가와 국민에 대한 협박이고 모독이다. 어차피 8월이면 임기로 그만둘 터인데, 지금 사표 내서 공무원 봉급 한 달 치를 재정에 기여해봤자 기특하다는 소리 듣기 어렵다. 차라리 임기제 검찰총장의 전통을 살리는 게 국익과 검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총장으로선 내부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선택이 여지가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애초 ‘검찰총장직’을 걸 만큼 중차대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몸 던진 대가로 얻은 것도 없다. 오히려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검찰의 추한 모습만 또 한번 드러냈을 뿐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항명으로 비춰진 김 총장 사퇴가 실속도 없이 조직에 공연히 부담만 주게 됐다는 비판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면 후임 검찰총장 인선은 속도를 낼지 모른다. 새 검찰총장의 기준은 조직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아울러 검찰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할 인물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 검찰의 이기적 조직 문화를 깨는 것이 개혁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사표 수리를 미루고 총장 대행체제로 김준규 씨의 임기를 채우게 할 수도 있다. 검찰총장 임기제 전통을 지키는 게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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