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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기업 부담만 줄이는 복지 포퓰리즘
정치권의 신규 복지 지출 요구액이 무려 60조원으로 추계되고 있다. 민주당 카드인 무상의료 39조원을 비롯해 기초노령연금 확대 5조4000억원, 무상보육 5조1000억원, 반값 등록금 3조6000억원 등 여야 복지 수요가 올해 전체 예산 309조원의 5분의 1 규모다. 연구ㆍ개발(R&D) 투자액 14조원의 4배, 장기재정운용 계획상의 내년도 보건ㆍ복지ㆍ노동 관련 예산 증가액 6조원의 10배에 이른다. 재정이야 어찌 되든 표만 얻겠다는 얄팍한 복지 포퓰리즘이 너무 심하다.
선거 때마다 복지 공약을 내거는 정치공학 특성상 한 번 풀린 복지 예산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내년 총선ㆍ대선에도 ‘묻지마 복지 공약’은 극성을 부릴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새 대표의 ‘우파 포퓰리즘’도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무작정 복지 지출은 국가 파탄의 지름길이다. 20세기 초 프랑스ㆍ독일 수준의 10대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것은 반면교사다. 세수 감소에도 세출만 늘린 일본 또한 침몰 직전이고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여야 합작의 반값 등록금은 공정의 룰에도 크게 벗어난다. 지난해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LG전자ㆍ포스코ㆍSK텔레콤 등 상위 5대 기업은 임직원 자녀 대학등록금으로 20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이들 기업은 당장 1000억원 절감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1700만가구가 연간 30만원을 더 부담해 대기업 학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포퓰리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돈이 없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15% 영세 서민이 대학에 진학한 85% 부유층 학생을 지원하는 꼴이다. 이미 재학생 35%의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주는 고려대 등 명문대도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정치권은 이대로라면 2030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73.4%, 2050년엔 168.6%로 급증, 1경(京)에 육박한다는 기획재정부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맞물린 국가 채무 증가 속도는 이미 일본을 앞지른 판이다. 국민들도 지금은 단맛을 내는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이 후대의 고혈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생산적 복지, 개인 특성을 감안한 선별적 복지를 외면하는 정치인은 내년 총선 때 응징해야 마땅하다.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는 대국민 사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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