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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조작 K-리그 재정비 후 새출발을
예상을 뛰어넘는 프로축구 승부조작 규모가 충격적이다. 프로축구 K리그 6개 구단 소속 선수 46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로써 관련자는 9개 구단 53명으로 늘어났다. 올 시즌 프로축구 등록선수는 16개 구단, 621명이다. 전체 선수의 8.5%가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절반이 넘는 구단에 관련자가 소속돼 있다. 더욱이 청소년 및 성인 국가대표 출신도 26명이나 된다. 이런 규모라면 그동안 벌어진 경기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해 6월 이후만 수사한 결과가 이 정도다. 한국 축구 앞날이 암담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 축구의 존립이 위태롭다. 한국 최대 프로 리그가 온통 승부조작 투성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영원한 축구 라이벌인 일본은 “축구를 모독했으며 당분간 한국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ACL) 참가를 막아야 한다”며 경악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스포츠의 생명은 페어플레이다. 운동경기에서 속임수는 최악의 사기극이다. 일본 등 국제사회가 경멸의 눈길을 보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 가관인 것은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K리그 경기 모습이다. 지난 주말 치러진 한 경기에서 소속 팀 골키퍼가 모두 검찰에 불려가는 바람에 수비수가 골문을 지키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부 구단은 11명 선수를 채우기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한다. 프로축구 경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축구 팬은 물론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짓이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죽음이며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 한국 축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프로축구연맹과 관련 구단은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실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해당 선수를 처벌하는 정도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K-리그를 접어야 한다. 그리고 뼈를 깎는 자성과 철저한 내부 정비를 마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게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번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양심을 팔아넘긴 일부 선수들에게 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한 연맹과 구단 등 모든 축구계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 쉬쉬하다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차제에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뿌리 뽑아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 포털회사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관리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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