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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재벌·대기업 왜 개혁해야 하는가
정부의 대기업 잇단 압박

선거앞둔 정략적 잇속 산물

지배구조·사외이사제 개선

재벌 개혁 진정성 되찾아야





재벌개혁론이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벌을 견제할 힘은 국회밖에 없다고 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나 재벌개혁 의제를 다룰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국회의원 목소리도 들린다. 재벌의 오만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재벌에 대한 성토와 압박 수위가 전에 없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개혁대상은 비단 재벌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 국방, 종교, 사회 각 부문 어느 하나 개혁대상이 아닌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재벌개혁 논의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재벌 및 대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높고 크기 때문이다. 작금의 주요 키워드인 동반성장과 상생, 양극화 완화, 공정사회 추구, 선진화를 위해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은 1970년대 지탄의 대상이었다. 대기업 중심 압축성장 정책이 불러 온 부작용의 하나였다. 그래서 정부는 대기업이 손대지 못하게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만들어 놓았다. 1979년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폐지됐다. 개방화ㆍ세계화 추세 속에 중기 고유업종은 적지 않은 모순과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006년 500개이던 30대 그룹 계열사가 올해 1087개로 배 이상 급증했다. 중기 고유업종이 폐지된 데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고 고환율과 규제완화 덕에 계열사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가 늘어난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와인, 골프용품, 피자, 베이커리 등 중소상권을 위협하는 업종이 많다.

중소기업 기술 빼가기, 단가 후려치기, 세금탈루, 재산 해외도피, 담합, 비자금 조성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계열사를 내세워 소모성 자재 구매에 나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은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행태를 보여 공분을 샀다.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고 부의 편법 대물림을 하는 케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야 정치권은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토록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정치권의 재벌개혁론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정권 말과 내년의 총선ㆍ대선 양대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서민들의 표심을 염두에 두고 벌이는 정략적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30대 재벌그룹 중 15개가 퇴출되거나 공중분해됐다. 금융기관과의 동반 붕괴로 공적자금이 168조원이나 투입됐지만 절반 금액 이상이 미회수 상태다. 재벌기업이 잘못되면 재앙을 불러온다는 교훈을 주었지만 그 교훈은 지금 다 잊힌 것 같다. 재벌의 신사업 진출은 성장동력 확충과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돼야 한다. 해묵은 얘기지만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 개혁해야 한다. 기업 선진화를 위해 대주주와 창업주 가족의 족벌경영 체제도 타파해야 한다. ‘영향력 1%에 돈 먹는 거수기’란 혹평을 들으며 유명무실한 존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외이사제도를 그대로 두고 재벌개혁을 논하는 건 기만이다. 더 늦기 전에 재벌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통한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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