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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수기’사외이사에 경영책임 물어야
지난해 100대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2685건 중 사외이사 반대에 따른 부결은 0.15%인 4건에 그쳤다고 금융감독원이 집계했다. 수정ㆍ기권ㆍ반대ㆍ보류ㆍ조건부 찬성 등 ‘원안 찬성이 아닌 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사외이사는 전체 466명의 9.8%인 46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자동 거수기’ 대가로 회의 한 번 참석에 최대 1000만원을 챙겼다니 사외이사의 무자격ㆍ무능력ㆍ부도덕성이 너무 뻔뻔하다.
사외이사 존재 의의는 투명경영 촉진과 대주주 전횡 방지에 있다. 마땅히 오너와 대주주 등 잘못된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 사외이사들은 임원 특별상여금, 계열사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타법인 출자 등 ‘소액주주 권리 침해’ 가능성을 철저히 외면했다. 회사 경영이야 어찌 되든 연간 10여 차례 회의 참석으로 현대제철과 LG화학 사외이사는 각각 9700만원, 6500만원을 챙겼다. 경영 식견과 판단 능력은커녕 영혼마저 없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사외이사제도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오너와 대주주 책임이 크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 및 주주총회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 학연ㆍ지연ㆍ전관예우 등으로 얽힌 이해관계자 집단을 ‘거수기’로 앉힌 것이다. 사외이사 역시 고액 연봉에 눈이 멀어 자신을 선임한 경영진 눈치를 봐야 하니 제목소리를 낼 리 없다. 지배주주 독단을 견제ㆍ감시ㆍ감독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이들과 한통속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구도부터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사외이사한테도 최고경영자(CEO)에 준하는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사회 의결 단계부터 경영 실패, 소액주주 권리 침해 등 응분의 책임을 지운다면 오너와 대주주 전횡을 언제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외이사 일정 비율을 소비자 및 시민사회단체 등 중립적 인사로 채우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경제정의ㆍ공정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대주주 입김 배제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사외이사 인식 전환이 선결이다. 경영진 제시 안건을 부결시킨 한전 및 하이닉스 사례처럼 오너와 CEO가 주인의식을 갖는 사외이사를 뽑고, 이들이 다시 지속 가능한 회사 발전을 위해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사외이사제도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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