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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나라당 중진들 기득권 과감히 버려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텃밭인 호남 지역구를 내놓거나, 정치적 사지(死地)라 할 영남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전남 담양·구례·곡성이 지역구인 김효석 의원이 다음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고,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의원은 이미 지역구(전북 무주ㆍ진안ㆍ장수ㆍ임실)를 포기한 상태다. 장영달, 김영춘 전 의원은 호남과 서울을 떠나 부산ㆍ경남권에서 생환하겠다는 입장이고, 김부겸 의원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이다.
정치인에게 지역구는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이 줄이 끊어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지역구를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인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공천장이 곧 당선증인 호남 지역구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런 엄청난 기득권을 포기하는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물갈이에 밀릴 상황에서 선수를 치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정치권의 수군거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이들의 모험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고, 고질적 지역구도를 깨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민주당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정작 물갈이가 절실한 한나라당은 변화가 없다. 한나라당은 영남에 기반을 둔 3선 이상 국회의원이 수두룩한데도 젊은 피 수혈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겠다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달 초 전당대회에 나선 서울 양천 갑의 원희룡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고작이다. 물론 이정현 의원이 고향인 전남 곡성 출마를 적극 검토하는 등 사지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용기 있는 인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영남권 중진들은 ‘지역 여론’을 내세우며 버티는 실정이다. 이런 안이한 자세로는 총선과 대선의 고지를 넘지 못한다.
내년 총선의 키워드는 개혁과 변화가 될 전망이다. 누가 더 참신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각당 지도부는 공천 개혁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중진들이 물꼬를 터줘야 개혁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영남권에, 한나라당은 호남권에 핵심 인재들을 아끼지 말고 내보내 인물로 승부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움직이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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