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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인터넷 분야의 ‘꼼수’와 헌법재판
민간사찰·국가검열 우려

통신자료제공·시정요구 등

헌재의 통제 피하는 꼼수

위헌재판서 반드시 가려내야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라디오 파일이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슬프게도 ‘꼼수’는 정치인만의 모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변화의 법칙인 듯하다. 무언가를 바꾼다고 하면서 그 실체는 그대로 두고 포장만을 바꾸는 수많은 시도들.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후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헌법적 통제가 강화돼왔다. 정부는 엄연한 공권력의 행사를 겉으로는 권고적 행위로 포장해 헌법재판소의 감시와 통제를 피하려는 ‘꼼수’를 시도해왔다.

이러한 시도는 인터넷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통신자료제공’제도(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는 수사기관이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들의 실명, 주민등록번호까지 영장도 없이 글을 올린 사람 몰래 취득할 수 있어 ‘민간사찰’의 길을 연 제도다. 법조문을 보면 사업자들이 게시자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에 유출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단지 유출할 권한만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임시조치’제도(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44조의2)는 누구든 자기가 보기 싫은 글이 있으면 포털에 차단 신청을 할 수 있고, 이때 포털이 게시자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이 글을 30일간 차단하여도 포털은 게시자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해준다. 이 역시 법조문에는 포털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제21조 제4호)는 자신들이 보기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글들을 차단하도록 사업자들에게 요구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가검열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 역시 조문상으로는 ‘시정요구’라고만 써 있고 강제력이 없는 듯 보인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세 가지 모두 법적 의무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포털들은 UCC를 파는 것이 아니라 UCC가 올라올 무한할 가능성을 파는 사업모델이다. 정부가 싫어하는 UCC 몇 개 지우지 않거나 싫어하는 사람 신상정보 몇 개 유출하지 않았다가 정부에 밉보일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가 일선공무원에게 명령이 아닌 지침을 내렸다고 해서 강제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위 제도들 모두 게시자에게는 전혀 권고적이지 않다.

무릇 권고라 함은 국민들에게 옳고 그름을 일러주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 가지 제도 모두 이용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사전에 또는 영원히 일러주지 않으며 아무런 실질적인 대응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 제도들은 인터넷 문화를 결절ㆍ파편화시키고 때에 따라서 정쟁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MB18NOMA’라는 계정이 국가원수 모독을 연상시킨다며 차단하는 모습이다.

세 가지 ‘꼼수’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재판에 올라가 있다. 다행히도 헌재는 과거에 이러한 겉치레를 꿰뚫어보는 현명함을 수차례 발휘해왔다. 헌재가 이들 인터넷 분야의 ‘꼼수’들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는 헌법재판의 한계 또는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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