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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저금리·저성장 시대의 자산관리
가계자산 80% 부동산 편중

그마저도 시장은 혼조세

은퇴후 안정적 노후 위해선

투자를 숙명으로 여겨야





1980년대 코끼리 밥솥과 소니 워크맨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국의 여유 있는 중산층이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일본의 부동산재벌 요코이 히데키가 미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매입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하고, 벌어들인 외화로는 세계 초고층 빌딩과 르네상스 시대의 명화들을 사들이던 역동의 시기를 구가했던 나라가 이웃 일본의 25년 전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일본의 역동성을 뒤로하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저금리, 저성장 국가를 꼽으라면 단연 이웃 나라 일본을 떠올릴 것이다. 제로금리와 제로에 가까운 성장, 장기 디플레 국가로 분류되는 자산가격 정체 등 전성기의 활기는 온데간데없다. 그럼 이웃 일본의 은퇴 후 노년층의 생활은 지금 어떨까. 우리의 20년 후의 생활을 일본의 예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실 지금 일본 노년층의 상당수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준다. 금융자산의 70%를 65세 이상의 노년층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자산은 연금과 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 우리나라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을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일본과 한국은 가계금융자산의 크기가 다르다. 일본이 약 2경원으로 우리나라의 10배쯤 된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많으므로 우리나라보다 가구당 3배 정도 금융자산이 많다. 그만큼 일본의 역동기 때 벌어놓은 자산의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즉, 이자가 적어도 쓸 수 있는 원금이 크기 때문에 훨씬 여유롭다.

또 디플레이션은 경제발전에는 좋지 않지만 현금 보유자에게는 반가운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도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하락하기 때문에 화폐의 구매력이 점점 세진다. 이자를 받지 않아도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현금 보유의 부담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앞으로 열심히 벌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일본의 전성기 때만큼 부를 축적해놓은 상태는 아니다. 인구구조를 보면 가계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미래도 어둡다. 게다가 은행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미치지 못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투자의 중요성이 일본보다 큰 이유다. 축적된 자본의 절대규모도 작고 예금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하지 않는 노후엔 미래가 없다.

최근 자산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월지급식 상품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해외 고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품에 따라 연 6~9% 사이의 배당과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즉, 은퇴 후에는 국내의 인플레를 커버할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으로 은퇴 후 월급을 만들고, 투자금의 일부는 이머징과 한국, 선진국 성장주식 등 성장이 있는 곳을 찾아 부지런히 일관된 원칙하에 투자를 지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지런한 투자를 즐거운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자산관리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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