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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多문화는 운명…이민청 조속한 설립을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얼마 전 오랜 숙원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문태종(인천 전자랜드)의 소감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문태종은 지난해 귀화 혼혈선수 자격으로 프로농구 무대를 밟았다. 올해 개정된 국적법을 통해 체육 분야 우수인재로 선정돼 복수국적 취득 허가를 받은 것. 그의 동생 문태영(창원 LG)도 주민등록증을 거머쥐었다. 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러워하셨다는 것이 이들 형제의 전언이다.
이렇게 한국사람이 되겠다며 귀화한 외국인이 올 들어 정부수립 이후 63년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인과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자녀가 결혼하는 연령대인 2020년께엔 다문화자녀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의 다문화자녀 수는 2005년 1만2516명에서 2010년 4만4370명으로 급증했고, 2020년엔 13만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19세 미만 농가인구 가운데 다문화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5%에서 2010년 15.0%로 늘었고, 2020년에는 무려 49.0%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요즘에는 다문화가정의 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지난해 한국 가정의 총 이혼 11만6858건 가운데 국제결혼 가정의 이혼이 1245건으로 9.6%를 차지했다. 10건에 1건꼴이다. 2001년의 1.3%에 비해 10년도 지나지 않아 7배 이상 늘었다.
굳이 이번 노르웨이 참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다문화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 역시 갈수록 부정적인 쪽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는 국내 외국인 혐오 단체나 외국인근로자 반대 단체만의 얘기는 아니다. 다문화자녀와 함께 커가는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청소년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은 아직은 긍정적이지만,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위해 국민 세금을 늘리는 것 등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도 종교 간 갈등의 무풍지대가 아님은 올 들어 이슬람 자본 유치를 위한 수쿠크법안에 대해 기독교계가 극렬히 반대한 것에서 잘 드러났다.
그렇다고 다문화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10대 교역국이자,13억 인구의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서 숙명적으로 경쟁하는,저출산 고령화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문화사회를 부정할 수 없다면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민정책을 전담할 ‘이민청’ 혹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총괄할 ‘인구청’ 설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국내에선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조직이 없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업무가 쪼개져 있다 보니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법적ㆍ제도적 장치도 분산돼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책당국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민청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초 공식, 비공식적으로 몇 차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민에 관대하지 않아 쇠락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문화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윤 장관의 주장이다. 이번 노르웨이 사태를 계기로 이민청 신설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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