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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왜 우리 금융당국엔 김옥주가 없는가
부산저축銀 피해자 대표

치밀한 대응으로 상한가

실마리도 못푸는 금융당국

신뢰받는 해결사役 절실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수개월간 비리와 불법의 대명사로 추락했지만 뜻밖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 은행 후순위채권 투자자이자,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옥주씨다. 

그는 알토란 같은 재산을 떼일 위기에 놓인 5000만원 이상 예금자 및 후순위채권 투자자 그룹의 리더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고발하고,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수호를 위해 단 하루도 메가폰을 놓지않았다.

부산저축은행 초량 본점 불법 점거농성을 주도한 이도 그다. 그는 지난 3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사태해결 방안을 논의하기위해 마주 앉았다.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신뢰 때문이다. 불법 점거와 시위를 벌였지만 비폭력 원칙을 고수했고, 치밀한 계산과 전략으로 피해자 구제 논리를 폈다.

물론 그가 펼치는 논리의 합법성은 다른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부산에서 그의 인기는 상한가다. 정치권에선 그를 영입해 내년 총선 출마시키자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왜 우리 금융당국엔 김옥주가 없는 걸까.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부산저축은행 사태수습 과정을 보면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예금자보호 및 부실저축은행 처리(매각) 책임의 중심엔 예금보호공사가 있다. 그러나 매각 주체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영업정지 종료일인 10월28일까지 제 3자 매각을 완료한다 했지만 아직 매각최초단계인 자산실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불법 점거 농성때문이라지만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시대이하다.

이승우 예금보호공사 사장은 점거 한달여만인 6월13일 농성자들을 설득하겠다며 부산 초량동 본점을 찾았지만 얻은 건 없었다. 멱살잡이를 당하는 수모를 다시 겪기 싫었겠지만 단 한 번 만나서 그들의 한(恨)을 풀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사실 예보에 대한 신뢰는 일찌기 땅에 떨어졌다.

5년 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5% 미만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부여받았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써보지 않았다. 때문에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혁신 테스크포스가 최근 BIS 비율 7% 미만 저축은행까지 단독조사권을 넓혀주며 힘을 실어줬지만 주어진 권한대로 책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는 금융인은 많지 않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벌써 6개월째 영업정지중인 부산저축은행은 오는 10월28일이면 시한이 종료된다.

이대로라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예금자에게 돌아간다.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예금 가입당시 지급받기로 돼 있던 5%대 이자율 대신 2.4% 이자율이 적용돼 원리금을 상환받게 된다. 그 이자손실만 600억원에 이른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두말할 나위 없다.

3개월 점거 기간동안 업무가 중단돼 채권확보에 소홀했던 만큼 파산배당금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돌아갈 돈이 남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에도 해결사 김옥주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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