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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한국 증시여, 사다리 걷어차라
세 번 속았다는 김석동위원장

네 번 속으면 나라가 결딴난다

단기 외자 유출입 철저히 제동

시장안정 지키는 파수꾼 되길



글로벌 금융시장 노름에 세 번 속았다고 김석동 금융감독위원장이 울분을 토하던 날, 보란 듯 한국 증권시장은 아시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8월 1일 코스피 지수 2171이 8월 9일 1801로 수직 낙하, 낙폭이 17.1%에 이르렀다. 가히 패닉이다. 이날 친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나는 주식이 하나도 없어 걱정 안해’라고 배를 쓸어내리자 단박에 반박이 들어갔다. “당신은 없어도 마나님은 어떤지 모르잖나.” 좌중에 순간 쓴웃음이 흘렀다.

그렇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경우 몇 번 손을 댔다 실패한 주식투자에 질려 손 털고 빠져나간 이가 많다. 특히 이자나 연금 생활의 은퇴자들은 차라리 저축은행에 5000만원 예금보장한도까지 들고 말지 주식투자는 기피한다. 하지만 통 큰 마나님들은 펀드의 과장된 매력에 곧잘 빠진다. 은행 거래나 프라이빗 뱅킹, 동창 모임 등에서 펀드 수익성이 놀랍다는 뉴스에 현혹되다 보면 남편 말은 콧등이고 이른바 금융전문가들 유혹에 잘 넘어가는 것이다. 간접투자는 물론 직접투자까지 불사하게 된다. 한국 중산층의 부동산 거래는 대개 마나님들이 알아서 한다. 이삿날 모모 아파트 몇 동 몇 호로 찾아오라는 전화 한마디에 퇴근길 물어 물어 새집으로 가는 게 한국 남편들이다. 그만큼 큰 돈을 만져본 아내들이 과연 증권시장 참여는 온전히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으스스해진다. 10일 외국인 투매를 계속 받아낸 것도 아줌마들 힘이라지 않는가.

주식투자는 어렵다. 워런 버핏이나 소로스 같은 금융 귀재들이 전문인력을 들여 연구 검토한 결과 얻는 수익을 개미들은 막연한 기대치로 투자해놓고 열매를 바란다는 게 애당초 잘못된 일이다. 글로벌 기치 아래 한국이 주식시장 문을 활짝 열어놓자 물밀듯 밀려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개가 막강한 고수들이다. 이들의 분석력이 공매도 하나만 이용해도 막대한 차익 실현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탁원에서 빌린 주식을 팔았다가 그 주식 값이 더 내려가면 매입해서 갚는 방법이니 자기 자본이 들지도 않는다. 그 액수가 최근 28조원까지 늘어났다. 이들에게는 폭락 장세가 바로 돈을 버는 기회다. ‘내려라, 내려라’ 부채질하기 딱 알맞다.

신용매수의 담보 제공이 유가증권으로 제한된 것도 제도적 맹점이다. 담보 가치가 140% 이하가 되는 위기 시 무조건 관리 증권회사가 주식을 팔아치울 경우 역시 회오리바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담보 제공을 부동산, 귀금속, 돈 되는 그림 등 다양한 폭으로 확대한다면 담보 가치 저하로 투매하는 현상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98년 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위기를 겪고 나서도 우리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공매도만 해도 유럽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리먼브러더스 위기와 더불어 폐지했던 이 제도를 2009년 1년이 채 안 돼 부활시켰다. 글로벌 압력에 굴복해서인지, 단기 자본이라도 일단 쉽게 끌어오자는 궁여지책이었는지, 아니면 명목 외환보유고를 불리고 싶어서인지 아리송하다. 그 결과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빚은 증시 폭락 장세에서 한국이 세계 기록을 세운 치욕을 겪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단기외자 도입에 고삐를 죄어야 한다. 이대로는 글로벌 금융 강자들의 맛있는 밥이 될 뿐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불량 외자 유출입을 차단해야 한다. 우리 증시 기반이 탄탄해질 때까지 외국 고수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라. 세 번 속은 김석동 위원장이 네 번 속게 되면 나라가 결딴난다. 배짱과 뚝심으로 우리만의 제도를 만들 영웅적 관료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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