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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예슬 소동 본질, 방송사가 풀어야
방송 사상 초유의 결방 사태를 초래한 ‘한예슬 파동’이 일단락됐다. KBS 2TV 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을 전면 거부하고 미국으로 잠적했던 한 씨가 17일 귀국, 시청자와 제작진에게 사과하고 다시 제작에 임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동을 힘든 제작일정 때문에 빚어진 ‘철없는 여배우의 일과성 해프닝’ 정도로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고질적 폐단은 그동안 누차 지적된 바 있다.

한 씨가 제작진에게 요구한 것은 ‘주 5일 촬영’이라고 한다. ‘작품’을 위한 최소한의 연습과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일반의 눈에는 그리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제작 현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요구조건이라는 게 이번 파동의 본질이다. 방송 당일 쪽대본에 의존한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은 기본이고, 밤샘 제작이 일상화된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주연급 배우들은 쪽잠도 감지덕지하는 분위기다. 이런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청자는 안중에 없는 제2, 3의 한예슬 파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 씨의 무책임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드라마 제작과 방영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고 연기자와 제작자는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화살이 한 씨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 방송사와 제작자, 연기자 모두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다. 한류(韓流)의 본산인 우리 드라마가 시간에 쫓겨 3류로 전락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드라마 제작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방송 상업주의 탓이 크다. 우선 방송사는 드라마가 곧 돈이라는 생각을 지양, 제작 편수를 줄여야 한다. 통상 방송사들은 회당 65분짜리 드라마를 주 2회 방영한다. 그런 주간물이 지상파 채널마다 세 편씩이며, 모두 황금시간대에 편성돼 있다. 일주일에 130분 분량의 드라마를 만들려면 사전 제작이 필수다. 정 어려우면 절반이라도 미리 만들고 방송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쪽대본 등 후진적 방송제작 행태를 바로잡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그게 장기적으로 시청률을 높이기도 한다. 당장 시청률을 위해 회당 출연료 수천만원짜리 연예인을 양산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도 차제에 고쳐야 한다. 방송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한예슬 소동’의 본질 치유는 방송사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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