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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환자용 처방전 발급, 나쁜 약국 없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사 동의 없이 환자에게 처방전 내용과 다른 약을 조제해준 약국 170곳을 적발했다. 이들 약국은 비싼 처방약 대신 성분이 비슷한 값싼 약을 환자에게 주고, 건강보험공단에는 제대로 처방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30억원가량 차익을 챙겼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1년10개월 동안 무려 1만 차례나 약을 바꿔치고, 또 일부는 성분과 함량이 다르거나 아예 약효를 인정받지 못한 약을 환자 몰래 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약사는 반드시 의사 처방에 의해 약을 조제하도록 약사법에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약국에 해당 약이 없을 경우 의사 동의를 구해 성분과 함량, 크기가 같은 약의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미만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약의 오남용으로 인한 약화(藥禍)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도 100여개 약국이 임의 대체조제를 하다 심평원에 적발됐다. 양심을 속이는 일부 부도덕한 약사들 때문이지만 약국용과 환자용 두 장의 처방전 발급 원칙을 지키지 않는 병원과 의사들 탓도 작지 않다. 환자용 처방전의 별도 발급은 약의 효능과 복용방법, 부작용 등을 적어 환자의 알 권리와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일부 종합병원은 처방약의 색깔과 사진, 피해야 할 음식까지 안내한 환자용 처방전을 발행해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개인병원 등 70% 이상은 약국용 한 장만 달랑 내줘 환자들이 정확한 약 정보를 알기 어렵게 한다. 병원 측은 “환자들이 버리거나 원치 않아서”라지만 의료 사고 등 법적 문제가 일어났을 때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처방전 2장 발행 원칙만 지켜도 약사들이 약을 멋대로 조제하는 폐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를 보다 강하게 의무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병원에선 환자용 처방전 발급을 요구하고 약국에선 약이 제대로 조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심평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처방약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이런 부담까지 주는 것은 무리다. 결국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부도덕한 약사는 법적 제재는 물론 약사 자격을 박탈,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 보건 당국은 문제의 약국 명단을 낱낱이 공개, 일벌백계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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