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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위치정보보호법 애플적용, 문제 있다
익명화된 정보수집은

사회과학연구에 꼭 필요

개인정보 보호규정이

정보흐름 차단해선 안돼





어떤 정보가 개인에 대한 정보라고 해서 모두 규제할 수는 없다. 도리어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은 ‘하늘이 파랗다’는 말보다는 부패나 인권침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의지와 욕망이 있는 인간에 대한 평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정보 일체의 유통을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우리의 정보생활을 너무 억압하는 데에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이미 이런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상의 의무는 애초에 다수의 개인에 대한 정보를 운용하는 소위 ‘정보처리자’에게만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핸드폰에 몇백명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고 수십명의 정치인에 대해 논평을 쓴 나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이 다행히도 적용되지 않는다.

애플에 대한 최근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제 중의 하나인 위치정보보호법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렸는데, 이와 함께 그 법이 우리의 정보생활을 억압할 위험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위치에 대한 개인정보는 ‘개인위치정보’라고 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의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정보보호법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위치정보보호법은 이보다 더 나아가 “모든 이동성 있는 물건의 위치를 추적하는 정보는 그 물건의 소유자의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없다”고 하여 ‘개인에 대한’ 정보가 아닌 정보마저도 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특정인에게 연결되지 않는 정보, 즉 익명화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면서도 사회과학연구나 의학연구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서로 다른 교육방식이 30년 후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위 법은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이러한 익명화된 정보의 수집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다수의 물건들을 각각 누구 것인지 구별하지 않고 추적하더라도 일일이 그 물건 소유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대우림 감시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벌목업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벌목장비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이를 인터넷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위치정보보호법이 없다면 각 벌목장비가 어느 회사 것인지 식별하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위치정보보호법은 그렇게 하려 해도 벌목회사의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 소유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백만개의 아이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입장인데, 위 위치정보보호법 조항은 바로 이것을 불법화하고 있다.

더욱이 아이폰의 소유자 외에는 그 아이폰의 위치기록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애플이 과연 아이폰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고 볼 수 있을까? 분실 시 타인이 볼 수 있는 위험을 근거로 이와 같은 행위도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수집’의 의미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분실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어떤 앱을 쓰는가에 따라 더욱 민감한 사생활기록, 의료기록까지 타인에게 공개될 수 있는 것인데, 위치정보에 대해서만 수집 동의가 엄격히 요구되는 것도 이상하다.

개인정보보호법 법리는 사생활 침해를 규제하려는 것이지 정보의 흐름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익명화되었거나 본인만 볼 수 있는 정보는 사생활과 관련이 없으며 규제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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