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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크리스티나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 다름에서 오는 즐거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차이와, 또 살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이다. 25년이란 세월을 이탈리아에서만 살아온 나의 한국 생활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생소하기만 했다.
우선,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빙빙 돌리고 돌려 말하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싫다”라는 표현을 할 때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바로 “No”라고 얘기하지만, 한국 사람의 경우 싫다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와 같은 한국인의 습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자칫 핑계처럼 들리는 군소리가 될 수도 있다. 나 역시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어색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살다 보니 그러한 특성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바로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에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두 번째로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이다. 어디를 가든지 한국 사람들은 빠르다.
예로부터 부지런하기로 널리 알려진 한민족의 근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식당, 포장가게, 음식 배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들의 초고속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10분 안에 음식이 나오고, 가게에서 포장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며, 음식 배달은 설명이 필요 없다. 너무 빠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조금 성급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약간의 기다림은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며 자연스레 참을성이 길러진 것 같다. 어디를 가든지 기다려야 하고, 배달음식은 생각하기 힘든 나라! 바로 그곳에서 태어난 나에게 한국은 말 그대로 스피드의 나라이다.
가끔 이탈리아에서 누군가에게 “빨리 해주세요”라고 얘기하고 있는 나를 보며,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러한 재미난 일들은 매일매일 나에게 작은 즐거움과 호기심을 일으킨다. 한국에서 살면서 더 많은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될 날들을 항상 기대하며 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위상을 점점 높여가고 있고, 점점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부각시켜서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면, 한국의 발전 속도와 효과는 더욱 상승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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