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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계종 선언, 종교 본질 회복 계기 돼야
조계종 화쟁(和爭)위원장 도법 스님의 이른바 ‘21세기 아소카 선언’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소중한 만큼 이웃 종교도 존중하겠다는 ‘열린 진리관’이 핵심이다. 세상을 걱정해야 할 종교가 거꾸로 세상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데 대한 불교 최대 종단의 통렬한 자기 반성인 셈이다. 지난 4월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이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자책과도 맥이 닿아 있다.
우리나라는 종교에 관한 한 보기 드문 모범 국가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와 해방 이후 크게 번성한 기독교, 전통적 강세의 천주교 등이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다. 그러면서도 종교 간 갈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지친 육신과 영혼을 위로받고 사회 분열 등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의 힘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등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면 종교계가 먼저 일어섰고,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에 앞장선 사람은 종교인이었다. 국민들은 종교에서 희망과 안식을 찾았으며 종교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넘쳤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종교 간 갈등과 종교계의 일탈로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공격적 선교로 주변과 이웃 종교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잦고, 우리 종교만 ‘진리’라는 독선과 배타주의가 퍼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불교와 정권 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4대강 문제와 광우병 파동, 제주 해군기지 등 정치적 이해가 얽힌 사안에 깊숙이 개입,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재정 문제를 둘러싼 일부 교회와 사찰의 분쟁, 추기경의 용퇴를 권하는 천주교 사제 등 내부 갈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형성장에 집착하며 종교를 상업화한 일부 지도자의 탓이 크다.
아소카는 기원전 3세기 인도의 정복왕이었으나 참회하고 불교에 귀의, 종교적 관용과 평화 정신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제 종교가 서로 화합하고 인류의 영혼과 세상을 구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다. 조계종 선언은 그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2년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메시지는 종교 간 화해와 평화였다는 사실을 모든 종교인이 다시 한 번 반추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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