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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문제 韓·美 동시행동이 해법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20~25일 러시아를 방문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협의를 위한 남·북·러 3국 특별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 김 위원장은 6자회담 과정에서 핵물질 생산과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잠정중단을 선언하고 6자회담이 개최되면 곧장 실천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조건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러 기간 중인 22~26일 러시아 연방군 동부관구 콘스탄틴 시젠코 사령관을 단장으로 한 군사대표단은 평양을 교차 방문했다. 양측은 ‘육·해 합동군사훈련과 자연재해 지역 인명구호 활동, 선박 구조 및 수색작업 훈련 등 양국 간 군사협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5~27일에는 평양에서 장관급이 대표단장으로 참가하는 북ㆍ러 경제협력공동위원회도 열렸다. 양측은 가스·철도 연결 등의 경제협력과 유ㆍ무상의 식량지원 문제, 나선특구와 하산 간의 개발협력 문제, 북한 노동자의 연해주 파견 문제, 북한의 러시아 채무 탕감 문제, 구소련제 재래식 무기의 부품조달과 훈련용 탄약·기름 지원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체제 보장에 대한 보다 진전된 확약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대신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재와 개입의 토대를 마련했다.
중국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을 파견, 동북지방을 경유해 귀국하는 김 위원장을 영접케 했다. 김 위원장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와 동시행동의 원칙에 의한 9ㆍ19 공동성명의 성실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방문한 것은 균형외교의 형태를 지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러 간의 경쟁심리를 역이용, 더 많은 지원과 협조를 이끌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 잠정중단 용의 표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의 사전조치로서는 불충분함을 지적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사전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문제는 사전조치의 대상이 아니라 6자회담 논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과 한ㆍ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지만 각각이 한 발짝식 양보한다면 접점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33만t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발표하고, 한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발표하고, 동시에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의 생산과 핵실험을 6자회담 기간에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체제 보장의 토대를 마련한 북한은 남한과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점점 접어가는 듯하다.
북한은 연말까지 남북관계가 복원되지 않고 북ㆍ미 관계가 악화되면 내년 2월 16일~4월 15일 사이 강성대국 선포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연내 남북관계 복원과 6자회담 재개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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