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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의원을 선지자 말로 두둔해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국회의장 출신의 김형오 의원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성경 구절까지 인용, 강 의원 제명 반대를 요구했다. 성희롱자로 유죄 판결까지 받은 국회의원을 비호하면서 감히 예수로 자처한 꼴이니 실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여대생 면전에서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 “남자는 다 똑같다.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이라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 발언을 내뱉었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그는 자진 탈당 권유를 거부하다 제명ㆍ출당됐다. 1심 법원은 모욕과 무고 혐의를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그에게 의원들은 ‘30일간 출석정지’의 면피성 징계로 의원직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미 타성에 젖었다. 18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의원징계안 57건 중 윤리특위 통과는 강 의원 제명안이 유일하다. 그것도 발의 이후 여론 눈치 보기로 10개월 동안 뜸을 들였다. 불법 혐의가 짙은 검찰 체포동의안의 폐기ㆍ철회, 구속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 통과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과연 이번 국회가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정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트위터로 자신의 외설 사진이나 성희롱 문자 등을 보내고, 성희롱을 부인하다 사실로 밝혀지자 곧바로 사퇴한 미국 사례와 대조적이다.
성희롱 의원에게 세비를 계속 주고, 한번 상처받은 약자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힌 18대 여야 의원들은 수치를 알아야 한다. 윤리의식을 되찾을 호기를 스스로 날려버린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후진적 정치문화에 공분하고 있다. 성희롱 의원에 면죄부를 준 의원 모두가 국민 상대로 성희롱을 저지른 것 아닌가. 강 의원은 더 이상 추태를 부리지 말고 용퇴하고, 국회는 의원 징계의 비공개 무기명 비밀투표를 규정한 국회법을 당장 개정하기 바란다. 강 의원 제명에 불참하거나 반대ㆍ기권ㆍ무효표로 처리된 186명은 내년 총선에서 당연히 심판받게 명단이 공개돼야 한다. 천박한 윤리의식으로 신성한 국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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