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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체제 개편 단순한 선 긋기 안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구역의 통합은 행정의 효율성은 물론 지자체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10% 안팎에 불과해 주민들을 위한 정책은커녕, 주민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이 같은 행정구역 조정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가 마련 중인 통합방안은 인구와 면적 등 획일적인 기준에만 치우쳐 문제가 많다. 억지로 밀어붙일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전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행 행정구역은 수백년 동안 큰 변동 없이 존속해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의 뿌리가 깊고 자부심도 강하다.
실제로 2009년 전주·완주 등 18개 통합지에 46개 지자체가 자율통합을 신청했으나 창원·마산·진해 한 곳만 통합된 것도 정량적 기준만 검토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은 1994년, 200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좌절됐다. 통합 1주년이 지난 창원시는 행정비용 절감효과 미미, 새 청사 문제, 기존 창원시에 맞춘 일괄적인 공과금 수준 등의 문제로 시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방자치의 강화와 주민의 편의 및 복리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인구가 적고 면적이 좁다고 지방자치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3200여개의 자치단체 중 인구 1만명 이하의 자치단체가 46%인 1500여개다.
시·군을 통합해 행정비용을 줄이자는 논리도 맹점을 안고 있다. 서울, 경기 등과 같이 인구가 밀집해 있고 교통ㆍ통신ㆍ인터넷 시설 등이 잘 갖춰진 지역은 통합으로 행정수요를 줄일 수 있고 공무원도 감축해 나갈 수 있지만, 인구밀도가 낮고 주민이 방대한 지역에 분산 거주하며 교통ㆍ통신시설도 미흡한 경우 행정수요는 오히려 커진다. 통합을 일률적 잣대로 해서는 안 되는 현실적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 규모를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할 경우 설혹 행정의 효율성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 정책결정권과 자주재정권 부여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효율성만 갖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접근은 오히려 독이 되어 더 큰 지역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행정구역 통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의사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가 없으면 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추진위 내부에서조차 통합기준안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조차 동의하지 못하는 안을 갖고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오는 6일 통합기준을 확정키로 했다고 한다. 각 지역의 고유 특성 및 주민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역사 및 문화 동질성, 지리적 조건, 교통·통신 발달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간 행정구역 개편이 수차례 논의만 무성했다가 왜 거듭 중단됐던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답이 나올 것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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