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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물가 폭등, 한은 총재 더 제 역할해야
추석 물가가 비상이다. 8월 소비자물가가 5.3%나 급등한 것이다. 3년 만에 5% 선을 넘었으니 ‘비상’ 소리가 나올 만하다. 경기 불황과 맞물린 물가고에 서민들의 시름과 고통은 어느 때보다 깊다. 사과·배추·무 같은 과일·채소 값이 지난해보다 20~40%씩 뛰었다. 돼지고기·고등어·설탕·휘발유·도시가스처럼 서민 생계에 직결되는 식품·생필품 값 역시 10~30% 올랐다. 당장 추석 차례상 차릴 일이 걱정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너무 안이한 느낌이다. 최근 물가 상승은 7~8월 집중호우와 국제 금값 인상 등 계절적·일시적 요인으로 곧 나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중 농산물의 전체 물가상승 기여도는 22%에 그쳤다. 반면 공업제품과 서비스 부문은 각각 42%, 34%에 달했다.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근원물가 상승률만 해도 이미 4.0%로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농산물 값이 안정돼도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쌀 수확량이 지난 10년 사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며, 전·월세값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물가억제 목표치 4%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부 물가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금리나 환율 조정 등 근본적 물가정책보다 행정력을 동원한 가격통제라는 미시적 수단을 고집한 결과다. 52개 품목을 지정해 특별관리하는 ‘팔 비틀기’식 관리로 잡겠다는 생각부터가 오산이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풀린 돈을 적절히 거둬들이지 못한 한국은행의 책임이 작지 않다. 지난해 6.2%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경기가 불안하다며 미적거리다 금리 올릴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는 ‘정부’ 입김에 한은이 맞장구를 친 셈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의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보다 성장 쪽에 기운 것이 불행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가 밀려들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공법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기 바란다. 은행장이 아닌 총재 이름에 걸맞게 한국은행이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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