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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철수 씨 해프닝, 뭔가 당한 느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직 도전을 포기했다. 잔뜩 기대하던 그의 추종자들이 머쓱하게 됐다. 참신한 그라면 뭔가 혼탁한 한국 정치 발전에 폭발적 기제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던 기대가 한순간에 깨진 것이다. 불과 6일 동안의 해프닝이다.
그의 포기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서울시장직을 밀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출마 의사 뒤 여론조사에서 40% 내외 높은 지지율을 받았던 인기도 포기했다. 이 점 안씨의 깨끗한 성품의 일면을 드러내는 장점이기도 하나 후원자 기대를 자신의 기호에 따라 순식간에 저버릴 수 있다는 신뢰에 미흡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치에 몸을 던진 순간 개인보다 공인 성격이 강해진다는 점에 소홀했다.
이제 안씨는 박 이사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켜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의 후원자들 실망을 다소라도 메우기 위해 불가피하다. 박 이사가 무소속으로 개별 약진하지 않을 경우 우선 야권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한명숙 전 총리 등 경쟁자 대신 박 이사를 단일후보로 내세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백두대간 종주 중에 급히 하산, 안씨와의 포옹을 통해 시장직 진출을 선언한 박 이사의 얼굴은 수염 투성이다. 이런 모습이 중립적 유권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각인될지 궁금하다. 1000만 서울시민의 대표가 희화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씨의 경우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그가 진행해온 청춘 콘서트는 공전의 인기를 누려왔다. 이런 인기 때문에 서울대 교수로 모셔지는 영광을 안았으나 실제 이번 학기에 그의 강좌는 1시간도 들어 있지 않다.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으나 그는 다른 일로 더 바쁘다. 그렇다면 진작 교수직을 포기했어야 옳다. 자신의 의무보다 인기몰이에 더 집착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이미 그는 한국 정치인의 궤적을 밟고 있다는 증거다. 때문에 그가 이번 서울시장직을 포기한 대신 내년 대선을 꾀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더욱 자신의 정체를 분명히 밝히고 애매한 발언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
안철수 씨는 이번에 혼돈의 한국 정치계를 강타했다. 그것만으로 그의 역할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만큼 비판적 시각에 선 것도 분명하다. 아무쪼록 나라를 결딴낼 포퓰리즘 정치에 휩쓸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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