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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위험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자세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다.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꺼릴 때가 있었다. 사망보험금을 얘기하면 죽는 얘기 한다고 ‘재수없다’고 하거나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데 아플 새가 어디 있냐’며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을 타박하곤 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험회사에서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지만 얼마 전 가입한 보험 덕분에 어마어마한 보험금을 받았다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보험설계사’의 설명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보험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또 종류도 다양해졌다. 암보험 같은 의료보장보험은 기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여유가 생긴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보험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민간보험뿐이랴. 사회보험에도 커다란 발전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산재보험은 1964년에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광업과 제조업 사업장에 처음 적용됐다. 그 후 2000년에는 근로자 1인 이상의 전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소규모 건설현장으로 그 가입대상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가 더욱 많은 근로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금은 170만개 사업장의 1500만 가까운 근로자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보호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서비스의 내용도 달라졌다. 단순하게 치료와 보상에 머물던 수준에서 이제는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재해 초기단계부터 전담 인력이 배치되어 재해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한다. 이에 따른 재해 근로자들의 사회복귀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 같은 산재보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많지 않은 보험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재해에 더욱 취약한 면이 있음에도 적은 비용 때문에 가입을 미루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산업재해는 무과실 책임주의를 따른다. 때문에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근로자 1인 이상의 사업장은 산재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간보험과 달리 산재보험은 사업장이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사업주는 그동안의 보험료는 물론 재해근로자에게 1년간 지급되는 보험급여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적은 비용을 아끼려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중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적은 비용의 부담으로 커다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보험설계사’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10월은 산재보험 가입 강조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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