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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 음악으로 시선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나는 가수다’ 출연가수를 본다. 그들만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서울 홍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조그만 클럽공연장에서 암약하는 인디 밴드들이 있다. 당장의 대중적 지명도나 산업적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이들의 역할은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한쪽으로 쏠릴 음악이 좀 더 다채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디 밴드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9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난지한강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라이브뮤직 렛츠 락 페스티벌’은 다시 한 번 인디음악의 도약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열띤 연주와 객석의 폭발적 환호는 가을의 한강을 뜨겁게 달궜다.
이 공연 중간에는 맹활약 중인 인디 밴드들을 격려하는 시상식인 ‘제1회 올레뮤직 인디 어워드’도 개최됐다. 관객들은 서서히 다수 대중으로 파고드는 인디의 성장세를 실감했을 것이다.
이미 ‘장기하와 얼굴들’과 ‘10센치’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검정치마’ ‘국카스텐’ ‘갤럭시 익스프레스’ ‘칵스’ 등 인디 밴드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한 주류 기획사 직원은 “요즘 주변에 음악을 좋아한다는 젊은 세대는 몽땅 인디 밴드에 빠진 것같이 보인다. 앞으로는 그들과 경쟁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한다. 분명 인디의 ‘시장지분’은 미약하나 ‘정서지분’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인디 밴드의 약진과 함께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과연 인디는 무엇이며, 인디 뮤지션이 유명해지면 그게 인디 뮤지션이냐 하는 해묵은 질문이다. 인디(Indie)는 독립을 뜻하는 인디펜던트의 줄임말로, 메이저 상업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음악인이 스스로 자기 음악을 하는 개념이다. 주류에 대항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개성과 독자적 표현이 중요하며, 따라서 음악이 다양하다. 주류와 음악이 같다면 인디를 봐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인디 밴드가 성장해 주류 가수만큼이나 유명해졌을 때다. 원조 인디 밴드로 평가되는 크라잉넛이 대표적인 예다. ‘말 달리자’의 빅 히트로 이들이 유명 밴드로 부상하자 일각에서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인디 밴드가 아니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크라잉넛은 “인디는 영원히 배고파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여전히 라이브클럽에 성실하게 서는 자신들은 변함없는 인디 밴드라고 반격한다. 어느 쪽이 맞는가?
서구의 경우 홍보와 유통에 있어서 자본회사와 연계하는 인디 음반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의 배격이 슬로건인 인디가 자본과 손잡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인디 정신의 훼절이니 배신이니 하는 비판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음악을 만들 때 ‘독립정신’을 지킨다면 홍보와 마케팅이 설령 비(非)인디적이라도 그 뮤지션의 음악은 인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가의 정신과 태도이며 성공 여부와 방식은 아닐 것이다. 우리 음악계는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들과 ‘나가수’들뿐 아니라 독립적 지향과 실험적 태도로 움직이는 자주(自主) 아티스트, 인디 밴드가 필요하다. 자기 음악을 만들고 클럽무대에 서려는 태도와 의식을 지닌 인디 밴드의 많은 성공사례를 보고 싶다. 음악 수요자들의 지지와 갈채는 그렇게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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