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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독서의 계절과 지방자치단체
가을 책축제 수도권에 집중

지역 문화 갈증해소 필요

지식 전파는 행정의 필수

지자체장 인식 바뀌어야





가을이 되면 으레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쓰이지만, 9월이 ‘독서의 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책을 읽자는 호소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거나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증거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책 읽는 사회 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까. 책에 삶의 젖줄을 댄 이들이나 독서가 창의력의 원천이라 믿는 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우려를 지우기 위해 가을이면 몇몇 곳에서 책축제가 열린다. 서울 홍익대 앞 주차장 거리에서 열리는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9.28~10.3), 독서진흥을 시정(市政)의 핵심으로 내건 군포시의 ‘제1회 군포 북페스티벌’(10.1), 파주 출판단지의 ‘파주 북소리 2011’(10.1~9),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2011 서울 북페스티벌’(10.7~9)이 대표적이다. 이들 행사는 특히 마포구청, 군포시, 파주시, 서울시가 각각 예산을 지원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무대공연 등이 부각된 폐단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최자로 나섰다는 점은 주시할 대목이다.

그런데 비수도권 지역에서 개최되는 책축제는 찾기 어렵다. 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건의 행사를 ‘도서관 안’에서 개최했을 뿐이다. 결국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거나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변변한 책 관련 행사를 접할 기회조차 없다. 책 읽을 권리, 즉 ‘독서권’을 보편적 문화향수권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독서문화진흥법과 정부 기본계획에 따라 지자체 단위의 능동적인 독서진흥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나, 책축제가 꼭 필요한 열악한 곳일수록 주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도서관 밖’ 행사 하나 개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회적인 행사로 독서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계기를 통해 책을 벗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일은, 급변하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지자체만 해도 전국적으로 10여곳을 헤아린다.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기반이 보편적 독서환경 조성에 있음을 이들 지자체는 이미 간파하고 있다.

말로는 지방분권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중앙과 지방이라는 구도는 모든 분야에서 견고하다. 그러니 책축제 같은 행사가 각종 인프라와 예산 여력이 있는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에서만 개최된다고 해서 문제 삼을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가 사라진 지 오래임에도 운동회와 체육대회가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가을철 몸의 축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책으로 여는 정신의 향연과 문화축제가 지역마다 펼쳐질 수 있도록 민선 5기 지자체장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책축제는 평소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국민, 즉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책맹(冊盲)을 위해 더욱 필요한 최소한의 문화행정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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